가벼운 신변잡기-남자들이여, 고환을 去하라.
가벼운 신변잡기-남자들이여, 고환을 去하라.
나는 인간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와 관련된 예언과 관련된 책을 접한 적이 거의 없다. 어렸을 적에 어떤 만화책에서 “인간의 머리가 점점 더 커질 것이다”라는 예언을 본 것이 기억나기는 한다. 아마 라마르크주의의 오류에 입각한 예언이었던 것 같다. 현대인이 머리를 많이 쓰기 때문에 머리가 점점 커질 것이라는 논리였던 것 같다.
이와는 반대되는 예언으로 가슴 아파했던 사람들도 있다. 바로 우생학자들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다윈의 이론을 적용했다. 이들에 따르면 고학력자 또는 사회의 지도층이 저학력자 또는 하류층보다 아기를 덜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이것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다). 따라서 이들은 인간의 머리가 점점 나빠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어쨌든 이런 상황이 가능해진 것은 콘돔 때문이다. 콘돔 때문에 사람들은 자손의 수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콘돔이라는 말은 단지 콘돔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조절 전반을 상징한다고 보면 된다. 즉 여기서 콘돔이라는 말은 피임약, 낙태 등의 의미도 함께 함축하는 상징어로 볼 수 있다.
애-낳기-충동
애를 낳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는 불임 부부들이 많은 것을 사실이지만 내가 보기에 인간에게는 타고난 애-낳기-충동 같은 심리가 약한 것같다. 물론,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는 강력한 성충동이 있고, 콘돔등 출산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과 방법이 개발되지 못했던 옛날에는 섹스는 곧 임신을 뜻하기도 했다. 애를 낳고자 하는 강력한 소망은 아마도 여러 가지 심리 메커니즘의 부산물(by-product)인 것 같다. 인간에게 본능적인 애-낳기-충동이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콘돔을 쓰는 것이다. 애를 기르는 것이 즐겁기도 하지만 엄청난 고역이라는 것을 아는 인간들은 특히 현대에 들어서는 애를 아예 안 낳거나 조금만 낳으려고 한다. 콘돔은 인간에게 닥친 엄청난 환경변화이며 인간들은 매우 부적응적으로 행동한다. 즉 콘돔을 사용한다. 하지만 콘돔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매우 강력한 선택적 압력이 작동할 것이다. 이제 자식의 숫자를 거의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과거에는 중요하지 않았던 심리적 차이가 매우 중요해진다. 즉 애를 얼마나 낳으려고 하느냐 하는 것과 관련된 차이 말이다. 과거에는 이런 심리적 차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강력한 성충동과 아기에 대한 사랑이 자식을 낳고 기르도록 부추겼기 때문이다. 이제는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 애-낳기-충동이 강한 사람은 아기를 많이 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충동의 일부는 유전적일 것이기 때문에 산업화와 직업의 다양화, 직업의 전문화라는 직업은 필수이고, 결혼과 출산은 선택이라는 보편적 관념은 애-낳기-충동이 점점 더 약해지는 방향으로 인간은 진화할 것이다.
강간
강간을 하면 남자에게는 유전적으로 커다란 이득이 있다. 왜냐하면 강간을 당한 여자가 아기를 낳아 키우게 되면 강간한 남자는 공짜로 자식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강간당한 여자가 기혼녀라면 다른 남자가 자신의 아기를 키워준다. 물론 여자가 강간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강간범은 여자의 친족으로부터 보복을 당할 위험이 있다. 이것이 인간 남자가 항상 강간을 하지는 않는 이유다. 낙태 기술의 발달은 강간 전략을 무력화시킨다. 강간당한 여자 대부분은 애를 낳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낙태시킨다. 독실한 기독교인들은 그래도 애를 낳으려고 하지만 아마 종교는 점점 쇠퇴할 것이다. 강간은 과거나 현재나 미래에나 위험한 전략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득이 매우 컸다. 미래에는 강간의 이득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전략을 취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남자는 강간을 하지 않도록 진화할 것이다.
정신병질
성욕의 비정상적 표출이라는 성정신병질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성정신병질은 성적인 정신적 질환을 이유로하는 강간전략으로 과거에는 성공할 수 있었다. 침팬지처럼 이들은 정신적 성욕이상을 이유로 하여 정자만 제공하고 여자가 출산과 이후의 다른 모든 것을 떠맡게 하는 전략을 쓴 것이다. 하지만 콘돔, 낙태 기술의 발달로 이런 전략이 쓸모가 없어진다. 따라서 정신병질이라는 전략은 무익한 전략이 된다. 그리하여 정신병질환자는 줄어들고 남자들은 착해질 것이다.
콘돔 공포증?
지금까지는 섹스하려는 남자와 안 하려는 여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미래에는 콘돔을 쓰지 않으려는 남자와 쓰려는 여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심지어 남자에게 콘돔 공포증이 생길 것이라고 예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콘돔을 안 써도 별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사후 피임 또는 낙태 기술이 완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콘돔 공포증이 진화할 것 같지는 않다.
남자의 바람기
강간이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남자의 바람기도 줄어들 것이다. 남자가 바람을 피워서 얻는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남자가 바람을 피울 때 상대 여자는 항상 피임을 할 것이다. 따라서 상대 여자를 임신시킬 수 없다. 그리하여 남자의 바람기는 줄어들고 가정에 더 충실할 것이다.
남자의 질투
남자의 바람기가 줄어들면 남자가 아내의 외도 때문에 질투할 일이 없어진다. 설사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더라도 콘돔을 쓸 것이기 때문에 남의 자식을 키울 일이 없어진다. 따라서 남자의 성적 질투는 줄어들 것이다.
남자의 성욕과 고환
남자의 강력한 성욕은 여러 면에서 중요하다. 강력한 성욕은 자신의 아내와 최대한 많이 섹스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아기를 임신할 확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다른 한편으로 강력한 성욕은 다른 남자의 아내를 탐하게 함으로써 남의 아내를 임신시킬 확률을 높인다. 콘돔의 사용은 이런 것들을 의미 없게 만든다. 따라서 남자의 성욕은 줄어들 것이다. 또한 커다란 고환도 필요 없어진다. 질 내에서 정자 경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인간의 고환은 고릴라처럼 작아질 것이다. 이제까지는 성충동이 여러 사회 문제를 일으켰다. 강간, 혼외정사 등을 말이다. 이제는 애-낳기-충동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성욕이 약해진 대신에 강력한 애-낳기-충동이 자리 잡을 것이다. 그리하여 인구 폭증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것을 막으려는 국가와 애를 많이 낳으려는 개인들 사이에 심각한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미래에도 프로이트가 태어난다면 억압된 애-낳기-충동에 대한 이론을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