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불우한 레미제라블 “기생충”을 위하여
시대의 불우한 레미제라블 “기생충”을 위하여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의 가장 백미인 작품상까지 4개 부문을 수상했다는 외신의 소식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사회 전체가 우울해진 무거운 분위기를 잠시나마 전환시켜준 희소식이었다. 그동안 아카데미가 미국과 백인과, 남성들을 위한 영화제라는 꾸준했던 문제 제기를 계기로 지역과 인종, 성을 넘어서는 보편적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온 터였던지라 아카데미 시상식은 봉감독의 성취가 더욱 돋보이는 날이었다. 게다가 시상식장에 초대된 전 세계의 영화인들을 쥐락펴락한 그의 탁월한 메타포가 내재된 수상 레토릭은 단연 백미였다. 이렇게 그가 말도 안되는 아카데미 4개 부문의 수상을 하던 날, 봉감독의 개인적 성취가 마치 나를 포함한 우리들의 성취로 인식되는 경험은 얼마나 근사한 순간이던지.
사회적으로 지상에서 나락까지 떨어진 기택의 가족은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습기가 짙게 밴 곰팡이 냄새가 지배하는 지하 세계는 사회적 단절과 고립이라는 의미를 더해 감옥의 이미지까지 소환한다. 그렇게 그들은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요인으로 인해 지하로, 반 지하로 스며들 수밖에 없었던 레미제라블이고 그런 신산스러운 삶만큼이나 지치고 외롭고 슬프고 상처받은 사람들이며, 시대의 주류로부터 축출되고 내몰린 디아스포라, 소위 쫓겨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구원할 고도(Godot)인가? 기택이네나 지하 사나이 근세와 문광 부부를 구원할 고도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 영화의 에필로그는 철저하게 비극으로 메조지된다. 따라서 나는 작금의 세계적인 정치, 경제적 모순을 공감적 영상으로 풀어낸 부조리극 영화 ‘기생충’이 제기한 담론에 격한 지지와 동의를 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