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한옥, 그 깊은 인문적 공간의 의미에 대해서

체 게바라 2016. 2. 10. 11:07





한옥, 그 깊은 인문적 공간의 의미에 대해서

 

한옥은 유형문화로 공예 문화가 아닌 건축 문화재이자, 사람이 살아가야만 유지되고 보존되는 생활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은 지 40~50여년만 지나면 기어이 헐어내고 다시 지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서양식 주택과 달리 한옥이 대를 장구한 시간 속에서도 오래가는 연유는 집이라는 물성적 존재 방식을 유지하되, 인문적 요소인 세상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한옥 담장의 특징적 요인은 공간적 소통이다. 한옥을 둘러싼 담장을 보자. 한옥 담장은 대개 4자에서 5자를 넘지 않는다. 성인이 담장에 서면 머리 하나만큼의 차이로 집안이 들여다 보이는 것은 담을 통해 세상과의 단절이나 두절이 아닌 소통을 지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굳이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담을 사이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높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8자 이상으로 담을 높여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고관대작이나 신흥 졸부들의 담장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를 가늠하게 된다. 상상해보라. 빛이건 물이건 바람이건 열린 공간을 따라 막힘없이 흐리고 또 만나게 되는 저 여유자적과 소통의 이치를..

 

낮은 담장, 짙은 잿빛 처마, 모퉁이 진 골목어귀, 한옥은 세월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존중하고 기꺼이 수용한다. 한옥을 떠올리면 흔히 대청마루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비가 오는 날에는 추녀기와에서 떨어지는 빛줄기를 바라보면 저절로 은유의 세계로 들어가는 자신이 상상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