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2014년 10월18일 Facebook 이야기

체 게바라 2014. 10. 18. 00:28
  • 혼자라는 건 / 최영미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만큼 힘든 노동이라는 걸

    고개 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려도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

    직장생활이라는 사막을 홀로 걷기 시작한 둘째에게 너의 순정한 삶은 이제 작별을 고했노라고, 시간이 흐르면서 밥벌이의 지겨움이 엄습할거라고, 그렇고 그런 일상성에 투항한 자신이 마음이 들지 않을 순간이 올 거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일은 너를 즐겁게 해야 한다고, 혹은 스스로가 자신의 일을 즐거움이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너는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이런 환경에 어쩔 수 없는 벽을 느끼는 경우가 너에게 다가올 때는 그 조직과 일들에 과감하게 등을 보이고 떠난다는 다짐을 받았다. 석사공부를 더하라는 애비의 조언을 마다하고 조직생활을 경험하고 싶다며 메가스터디에 입사한 강포에 싸인 핏덩이 같은 아이가 사회생활이라고 시작한지 두 달이 지났다. 숨을 쉴만해 주위를 둘러보니 고대 동문들도 여럿 보인다며 씩씩함을 보이기는 하는데 글쎄, 애비에게는 나날이 걱정이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