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2014년 9월28일 Facebook 이야기

체 게바라 2014. 9. 28. 00:12
  • 이미

    이미 젖은 신발은
    다시 젖지 않는다

    이미 슬픈 사람들은
    울지 않는다

    이미 가진 자들은
    아프지 않다

    이미 아픈 몸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이미 뜨거운 것들은
    말이 없다
    -최영미-

    시인 최영미를 보면 소설가 공지영이 데자뷰된다. 그녀들이 비주류적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온전한 자아의 자유로움을 놓치기 싫어서인지 그래서 그녀들에게 줄곧 따라다니는 세간의 시선은 그녀들의 발언과 행동거지에 스캔들로 회자시켰으며, 몹시 가혹했고 혹독했다.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컴퓨터'에서 "나는 컴퓨터와 씹하고 싶다"라고 말하던 그녀의 당돌함과 직설에 얼마나 당황했던지. 아마도 자신이 어필한 감성의 욕망을 이성의 차단막을 친 상대에게서 받은 사랑의 비극적 결말에 대한 코멘트였겠지만 그녀의 시는 쉽고 솔직하고 투명하고도 단단한 비명에 가까운 금속성 울림이었다. 시인은, 자신이 사유의 늪에서 각고의 고통 끝에 건져올린 한 줄의 싯귀를 통해 진부하고 상투적인, 아예 무감각에 젖어버린 세상 사람들을 질타한다. 이미 젖은 신발, 이미 슬픈 사람, 이미 가진 자들, 이미 아픈 몸, 이미 뜨거운 것들은 되지 말자고. 그것은 인간의 삶이 아니라고.., 불가역성의 지나간 것이 아니라 내 실존을 던질 수 있는 바로 지금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 시를 소리내어 낭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