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봄.

체 게바라 2014. 3. 30. 23:46

 

 

 

 

 

일상사에 내 존재감이 한 줌의 재로 사위어가도 봄은 누가 말려도 온다.

 

 

 

 

봄은 황홀경 속에서 핀다.

그래서 봄은 덧없다. 오는 듯 가버린다.

 

 

 

 

꽃이 피면 그리움이 맺힌다.

이 봄의 짧은 황홀이 있기에 나는 비루한 인생을 견딜 힘을 얻는다.

 

 

 

 

 

 

시가 낯간지러운 아름다움에 대해서, 혹은 언어를 부리고 다듬는 세공사적 솜씨에만 기댄다면 얼마나 누추해질까? 그것은 차라리 언어유희이자 셀프 마스터베이션은 아닌가?

한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 카프카의 이 한마디 말에 주눅이 들어 나는 한때 결기로 달려들었던 글쟁이의 길을 포기했었다. 호수를 돌다 한때 이 고장에 살던 류근의 '풍경'을 만났다. 몇 소절을 읽다 울컥, 60을 코 앞에 둔 내 삶이 반추되어 잔디에 주저 앉는다. '얼마나 먼길을 떠돌아서/ 나는 비로소 이 길에 저전거를 멈추었나/ 너무 늦게서야 나는 나의 괴로운/ 자전거 바퀴를 멈춘게 아닌가/ 어린 아들의 손바닥 위에 나는/ 말없이 보리 이삭 한 개를 쥐여주네. 

 

 


시가 진실에 근거하지 않으면 아름다울 수 없다는 사실은 진리다. 이 전제야말로 시가 지닌 미학의 출발점이라 나는 믿는다. 돌이킬 수 없는 시절로 들어서고도 나는 아직도 자전거를 멈추지 못하고 결국 시인의 자조와 만나게 된 것이다. 너무 늦었지만 아들의 손바닥 위에 보리 이삭 한 개를 쥐여주는 아비의 마음이 가여워서 호수를 도는 내내 속이 아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