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안을 보라! 내면을 읽어라!

체 게바라 2014. 2. 25. 11:30

 

 

 

 

안을 보라! 내면을 읽어라!

 

20세기 초 야수파의 거두였으며, 그 오만했던 피카소마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색채를 그렸던 화가'로 부러워했던 앙리 마티스는 백년 전만 해도 미국 땅에서 자신의 그림이 공개 화형에 처해질 만큼 치욕을 당한 작가였다. 그의 작품은 야수파라는 이름 그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음, 포악하게 찍어 바른 물감 등으로 곱고 예쁘고 신성한 그림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티스의 젊은 시절 얘기 한 토막이다.마티스의 아틀리에를 방문한 한 부인이 오른팔을 유난히 길게 그린 여인상을 보고 눈쌀을 찌푸리며 한마디 내뱉었다. "내가 남자라면 당신 작품 속의 여자와는 차 한잔도 안 나눌 거예요. 이게 웬 괴물이람..." 마티스의 대답인 즉 "부인 뭔가 잘못 보셨군요. 이것은 여자가 아니라 그림이랍니다..."였다. 마티스는 '그림 속의 여자'와 '여자를 그린 그림' 사이의 분명한 차이를 지적한 것이다.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무수히 착각하면서 그림을 해석한다. 그림을 그림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우화다.

 

어느 해 국내 대표적 재벌 그룹 회장이 피카소의 작품을 모아놓은 전시장에 초청됐다. 눈, 코, 입이 제멋대로인 피카소의 작품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는 곁에 선 미술인들에게 "이런 건 나도 그리겠소"라고 했다. 하도 같잖은 말이어서 미술인들은 순간 묵묵무답일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 미술 단체장 한 분이 나서서 "회장님은 이것보다 돈을 그린다면 따라올 사람이 없을 겁니다"라고 한마디 쏘았다. 이 말에 회장은 "맞아. 세종대왕 초상화는 내가 최고일 거요"하며 껄껄 웃었다. 재벌의 넉살에 죄중이 따라 웃었다지만 뒤돌아서서 내뱉은 말은 "저 무식한....."이었다던가. 이 재벌 역시 그림은 보지 못한 채 그림의 형상만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몽준의 부친 이야기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림을 대하며 기억과 선입견을 동원시킨다. 소위 훈련된 이성이다. '00은 무엇이다'는 기성의 규정에 익숙한 교양에 복종하는 것이다. 이래가지고는 제대로 된 예술과 작품을 감상할 수 없는 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자세히 볼 것. 가슴으로 들어오는,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새길 것. 일테면 '어린 왕자'에서 '어른들은 이상해. 친구 집에 놀러갔다 오면 그 집의 크기. 부자로 사는 지에만 관심이 있지, 집의 베란다에 아름답게 핀 제라늄 꽃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는. 그림을 보되 겉모양만 보아서는 평생 그림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죽을 일이다. 정주영 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