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난 주 휴일, 평생을 과수농사와 밭농사로 그저 농투성이로 살아가는 고향에 사는 시골 친구의 집으로 초대를 받았습니다. 청국장과 두부, 순두부를 만들었답니다. 한사코 아무 것도 사들고 오지 말라는 녀석의 다짐에도 마눌님을 대동하고 충주호가 바로 코앞에 내다 보이는 친구의 집을 찾아 소고기 근을 담은 보따리를 내밀었습니다. 손을 내밀어 덥썩 내 손을 잡는 녀석의 손 표피가 박제되어 두꺼워진 늙은 느티나무 겉껍질을 닮아있어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넓고 깊은 호수를 닮은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자연의 보편성이라는 경지라고 생각했지요. 비록 시골의 농투성이로, 무지랭이로 살아온 사람이지만 도시의 영악함이나 얄량함과는 비견할 수 없는 그야말로 자신의 삶의 토대인 대지에 깊숙이 뿌리를 내린 자들만이 체현할 수 있는 미덕인 삶이 그의 어떤 지점을 들추어내도 그 사소한 지점이 관통하고 있는 깊숙한 진실과 진리를 궤뚫어내는 자연적 섭리의 깊이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녀석이 바리바리 싸준 먹거리 중에서 어제 저녁에는 마눌이 청국장을 끓인다고 전화로 알렸습니다. 바로 집으로 와 식탁에 앉아 친구의 마음이 담긴 청국장 한숱갈을 입에 퍼넣습니다. 아~~!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기가 막힌 맛은 추억과 함께 온다지요? 그건 마치 50여년전 화톳불에 달구어진 도가니에 끓던 어머니의 손맛이었다고 표현해야겠습니다. 마눌은 청국장을 끓이던 뒷담화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아무렇게나 끓이면 당신 친구의 정성에 흠이 갈까 정말 마음다지고 끓여야 했다."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