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야만의 시대를 통과하는 법

체 게바라 2013. 12. 18. 00:05

 

 

역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으로 무사유의 인간이 자행할 수 있는 유대인 대량 학살의 범죄행위에 대해 적나라하게 파헤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인간의 세 가지 근본 활동에 대하여 노동, 작업 , 행위로 규정했는데 인간의 조건은 지상의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인간에게 주어진 제반 조건 그 이상인 인간적 제약성 자체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들이 접촉하는 모든 것은 즉각 실존의 조건이 된다는 측면에서 인간은 조건주어진 존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지상에 던져진 조건을 넘어 실존을 만들어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전후 프랑스 문화정책의 근간을 구축한 행동주의 문학가 앙드레 말로는 콤뮤니스트로 출발한 세명의 아나키스트로들의 종말을 그린 '인간의 조건'의 말미에서 인간의 허무한 죽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들려준다. "한 사람을 만들려면 아홉 달이 필요하지만, 죽이는 데는 단 하루로 족해. 그걸 뼈저리게 깨닫은 셈이지. 그러나 메이, 한 인간을 완성하는 데는 아홉 달이 아니라 6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해. 그런데 그 인간이 다 만들어졌을 때, 이미 유년기도 청년기도 다 지난 한 인간이 되었을 때, 그때는 이미 죽는 것밖에 남지 않은 거란다."

우리는 모두 개별적으로 태어나 개별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이러한 개별성으로 인해 우리는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존엄한 삶을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에겐 불멸의 실존을 살아낸 김대중 대통령이, 그리고 일관된 진정성의 실존을 획득한 노무현 대통령의 한마디의 덕담이 아쉽고 그리운 시절이다. 그분들은 지금 이 야만의 시대를 어떻게 통과하라고 귀뜸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