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2013년 11월5일 Facebook 첫 번째 이야기

체 게바라 2013. 11. 5. 00:28
  • 가지 마라!
    포스코 입사전형에 합격했다고 알려온 막내에게 단호하게 전한 말이다. 고대 심리학과(미디어학을 복수전공) 졸업반인 아이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처음 아비에게 말을 연 것은 지난 여름방학 때였다.
    -아직도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모르겠어요.
    -고민이 덜 된게지. 늘 말하지만, 아빠가 네 업과 관련해서 해줄 말은 넌 가급적 정치가 많이 개입되는 일은 하지 말라는 거야. 너와 맞지않아.
    -네? 학교 직업 적성검사센터 검사 결과 오히려 정치학이 가장 높던데요?
    -너 부조리에 정면으로 대면해서 적극적으로 몸으로 부딛혀 갈등과 고민없이 돌파해 나갈 자신있어? 너는 네 언니와 달리 이 애비 성정을 거의 80%이상 닮았어. 말하자면 반골기질이 강해. 그러니까 넌 체질적으로 좌파적 성향이야. 이 아빠가 지금의 업을 만나 22년을 보내기까지 그전 10여년동안 몇개의 회사를 전전했는지 아니? 6개야. 처음 농어촌유통공사만 3년 다녔지, 거의 1년을 넘기면 바로 직장을 옮겼다고 보면돼. 그 이유가 뭔지 아니? 부조리한 조직, 상사, 업무와 나는 체질적으로 맞질 않았어. 상사에게 조근조근 따지는 부하를 누가 좋아하겠니? 입사하면 보따리 싸고 하다가 지금의 회사를 고모부와 함께 창업하게 된거고, 정말 궁합이 잘 맞아서 경영을 책임지는 자리를 일찍 맡아 지금에 이르게 된거야. 지금 아빠가 경영자니까 가급적 부조리한 상황, 직원들의 마음을 다치는 일을 만들지 않지. 그러니 그들도 회사나 경영자때문에 가슴 부대낄 일이 없으니 풍족하진 않지만 행복하다고 하지. 아빠도 지금이 최상이야. 아주 행복해. 너는 수직적 조직생활에 천성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이야. 니 존재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죽는 것만큼 진저리치는 사람이 무슨 회사 생활이야! 아빠말대로 대학원 진학해! 힘들겠지만 보따리 장사로 시작하라구. 내가 지원할테니 박사과정은 외국에서 해도 좋아. 동기들이 이러니저러니 하는 것에 신경꺼. 아직도 너는 만으로 21살이야. 입사말고 휴학을 하더라도 네 미래에 대해 더 진지하고 깊이있게 고민해봐.

    녀석을 서울 기숙사로 돌려보내며 극구 입사를 만류합니다. 서울대병원 입사 3년차인 큰 아이가 들으면 차별한다고 할 일입니다. 하긴 큰녀석은 공부를 더하라고 격려해도 자기 길은 하루라도 더 빨리 임상경력을 쌓는 것이라고 했으니 뾰루퉁하지는 않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