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펌>리베라, 16개의 분신을 던져 19년 전설을 완성하다

체 게바라 2013. 7. 18. 13:29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AL) 올스타팀 감독 짐 릴랜드(디트로이트)는 고민에 빠졌다. 7회말 수비가 끝났을 때 2-0의 아슬아슬한 리드. 행여나, 8회말에 역전 당하는 불상사가 생긴다면 9회말 수비를 할 수 없게 될지도 몰랐다. 자칫 전설적 투수의 마지막 올스타전 등판이 무산될 수도 있었다. 릴랜드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불펜 전화기를 들었다. “마리아노 리베라를 준비시켜.” 불펜이 술렁였다. 몸을 풀고 있던 글렌 퍼킨스(미네소타)는 “리베라가 8회에?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AL 올스타팀은 8회초 1점을 더 뽑았다. 3-0으로 앞선 8회말, 뉴욕 시티필드 왼쪽 불펜 문이 열렸다. 시티필드 구장에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의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44)가 천천히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리베라에게 8회는 그뿐 아니라 올스타전에 출전한 최고의 선수들과 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도 분명히 어색한 이닝이었다. 하지만 그 잘못된 이닝이 전설적인 투수의 마지막 올스타전 등판을 바래게 하지는 못했다. AL 올스타 수비수들은 그라운드에 나가지 않았다. 리베라가 관중 4만5186명의 환호와 기립박수에 호흡하는 ‘독무대’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미리 계획된 일은 아니었다. 토리 헌터(디트로이트)는 “우리 모두 이심전심이었다. 정말 멋지지 않나”라고 말했다. 리베라는 최고 선수들 모두의 존경을 받는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가 17일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 8회말 마운드에 오르며 팬들의 환호에 모자를 벗어 답례하고 있다. 뉴욕 | AP연합뉴스

 

리베라가 마운드에 도착했다. 19년을 바친 그라운드, 가장 높은 마운드에 홀로 섰다. 투수는 고독한 직업. 그 중 마무리 투수는 지구를 짊어진 아틀라스만큼 무거운 짐을 더한 자리다. 텅 빈 그라운드 가장 높은 곳에서 그는 모자를 벗었고,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동료와 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타자를 노려볼 때 심장이 얼어붙을 것만 같던 그의 눈에 눈물이 비쳤다.

리베라의 연습 투구를 받기 위해 포수 살바도르 페레스(캔자스시티)가 먼저 나가 앉았다. 연습 투구가 시작되자 그제서야 수비수들이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19시즌 동안 1089경기에 나와 638세이브를 거두며 방어율 2.20을 기록한 대투수의 마지막 올스타전 투구가 펼쳐졌다.

진 세구라(밀워키)를 향해 던진 초구는 지금의 리베라를 있게 만든 컷 패스트볼이었다. 1995년 겨울 동료와 캐치볼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공. 라이언 클레스코의 방망이를 한 타석에서 3번이나 부러뜨리며 ‘전기톱날’이라는 별명을 얻은 ‘마구’다. 그는 그 ‘커터’로 5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궜다.

리베라는 세구라를 2루 땅볼, 앨런 크레이그(세인트루이스)를 좌익수 뜬공, 카를로스 고메스(밀워키)를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그가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던진 16개의 공은 모조리 컷 패스트볼이었다. 비록 9회는 아니었지만 퍼펙트 이닝을 만들었다. 비록 세이브는 아니었지만 메이저리그 사상 가장 빛나는 ‘홀드’ 기록을 세웠다. 비록 마무리 투수는 아니었지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사상 가장 멋진 순간을 선사했다. 경기는 3-0 AL의 승리. MVP는 2001년 ‘철인’ 칼 립켄 주니어가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리베라에게 돌아갔다.

리베라는 “신과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절대로,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등에 적힌 등번호 42번은 메이저리그 최초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의 번호다. 메이저리그 전 구단의 영구 결번이지만 리베라만은 예외였다. 그리고 이제 42번의 올스타전 출전은 끝이 났다. 그의 마구 컷 패스트볼도, 그의 등장곡 엔터 샌드맨도, 그를 연호하는 팬들의 ‘렛츠 고 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