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펌>지구를 덮는 뇌의 네트워크, 가까운 미래?

체 게바라 2013. 7. 17. 23:26

 

지구를 덮는 뇌의 네트워크, 가까운 미래?

 

[1] 전차의 반란, 뇌-기계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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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네트워크가 별들을 뒤덮고 전자들과 빛이 우주를 누비지만 국가와 민족은 아직 정보화의 진보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은 가까운 미래. (企業のネットが星を被い電子や光が驅け巡っても國家や民族が消えてなくなるほど情報化されていない近未來)”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시로 마사무네 원작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1995년 세계에 공각기동대 마니아층을 탄생시킨 <공각기동대(攻殼機動隊, Ghost in the Shell)>로 시작해, 후속편인 <이노센스>, 그리고 텔레비전용 첫 번째 시리즈인 <공각기동대 스탠드 얼론 콤플렉스(Stand Alone Complex, 줄여 'S.A.C', 2002)>와 후속편 <공각기동대 S.A.C, 2nd GIG (2004)>, 마지막편인 <공각기동대 S.A.C. 솔리드 스테이트 소사이어티(Solid State Society, 2006)>까지, 공각기동대 시리즈는 심오한 철학적 배경을 토대로, 다가오는 '테크놀로지의 바다'에서 생기는 물음, 즉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미래사회의 테크놀로지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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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인간에 존재론적 의문을 던지는 이 작품들은 우리가 전에 상상하기 힘들던 독특한 기술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서기 2030년 무렵인 '가까운 미래(近未來)'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공각기동대의 세계관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세계이자 고도로 발달한 뇌과학과 로봇공학을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의 세계를 그려낸다.


이 세계에서 사람들은 “전뇌화”라는 과정을 통해 자기 뇌의 일부를 기계화하는 사이보그가 되는데 이를 통해 사람들은 극도로 발달된 정보화 사회에서 외부 기기(전화기, 컴퓨터 같은 외부 통신기기)의 인터페이스를 거치지 않고도 외부 네트워크와 직접 통신하며 교류할 수 있다. 또한 원하는 사람은 “의체화”라는 과정을 통해서 생물학적인 육체를 버리고 기계화한 육체로 살아간다.


만화가 그리는 인공지능의 로봇은 고도로 발전하여 얼핏 보기로는 인간인지 인간형 로봇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이다. 사람들의 뇌가 직접 네트워크에 연결되기에, 오늘날 컴퓨터 해킹과 마찬가지로 해킹을 통해 타인의 기억을 바꿔버리기도 하고 또는 그 사람의 육체를 조종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공각기동대의 세계에서 그려지는 이런 미래 기술은 단지 상상에서나 가능한 것일까? 놀랍게도 현재의 뇌과학자들은 이런 기술을 하나하나 실제로 구현해 나가고 있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지의 블랙박스'로 취급되던 우리의 뇌는 최근 뇌과학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과 투자를 통해서 그 비밀이 밝혀지고 있고 이를 이용해 어떤 기술은 실제로 이미 상업화를 시작하여 앞으로 더욱 뛰어난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뇌과학에 입문하기 전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보며 뇌과학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사회의 미래상을 먼저 엿보게 되었고, 또 많은 관련 기술을 이미 과학자들이 구현하고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내 스스로 이런 놀라운 기술의 진보에 참여하고자 뇌과학 연구를 시작했다. 애니메이션을 보며 평생의 연구 방향을 결정했다는 얘기는 다소 우스워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이 작품은 내게 이 놀라운 기술 세계를 현실감 있게 전해주었다.


그래서 내가 이 작품을 통해 뇌과학에 입문해 공부를 해나갈 때 느낀 놀라움과 감동, 그리고 생각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 앞으로 연재할 글에서, 공각기동대가 그려내는 첨단 뇌과학 기술을 소개하고 관련 연구가 현재 어떻게 얼마나 진행되었으며 공각기동대의 기술이 과학자들이 구체적으로 지향하는 기술과는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 짚어보고자 한다. 또한 공각기동대가 던지는 우리의 의식과 기억 등에 관한 독특한 철학적 물음에 대해 뇌과학이 주는 답변 또는 설명을 다뤄보고자 한다.


공각기동대는 애니메이션 자체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배경으로 깔린 첨단 뇌과학 기술을 이해하고 철학적 물음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다면 작품을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현대 뇌과학자들이 어떤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는지, 또 가까운 미래에 이 기술들이 어떤 식으로 우리 삶을 바꿔 놓을 수 있는지 엿보는 좋은 기회도 될 것이다. 독자 중에서 공각기동대를 이미 접해본 분들은 그때 봤던 장면을 다시 떠올리며 글을 쉽게 읽을 수 있겠지만, 작품을 본 적 없는 독자라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작품에 대한 소개도 이 글에서 될수록 자세히 하도록 노력하겠다. 모쪼록 최신 뇌과학 연구를 흥미로운 줄거리와 함께 접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전차의 반란, 전차의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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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ani8.jpg 공각기동대의 첫 번째 텔레비전 연재물인 26부작 <스탠드 얼론 콤플렉스(Stand Alone Complex: S.A.C)>는 일명 ’소령‘이라 불리는 쿠사나기 모토코가 이끄는 '공안9과' 형사들이 갖가지 범죄에 맞서 벌이는 싸움을 다루고 있다. 극 중에서 공안9과는 '공각기동대'라는 별칭을 지닌 수상 직속의 특수 실행부대로 등장한다. 주인공인 쿠사나기는 전뇌화는 물론이고 전신을 의체화한 사이보그이며 최고급의 전뇌 해킹 실력을 갖춘 인재로서, 사건 해결에 독보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전차의 반란>은 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내게 큰 감명을 준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켄비시 중공업회사가 만든 프로토타이프(개발 초기단계의 모델)인 인공지능 전차가 실험 도중에 갑자기 폭주하기 시작한다. 이 전차는 군에서 군 장비로 정식 도입하려고 계획 중이던 ‘다각(多角)형 전차’인데 원인 모를 이유로 스스로 폭주하기 시작하더니 주변의 다른 전차를 공격하고는 시내로 돌진한다.


이 전차를 저지하라는 임무가 공안9과에 떨어진다. 공안9과는 임무 수행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문제의 전차를 공략해 보지만 워낙 고성능의 첨단 전차라서 전차가 시내로 돌입할 때까지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한다. 사태의 원인을 조사해보니, 이 전차는 인공지능에 문제가 생겨서 폭주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전차를 설계했던 과학자가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 자신의 뇌를 전차에 이식해 전차를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 허약했던 이 과학자는 전차 개발이 거의 끝날 무렵에 병으로 인해 생을 마감하게 되었는데, 죽기 전에 다른 사람 모르게 자신의 뇌를 직접 전차의 통제 시스템에 연결해 병으로 죽는 자신의 몸을 버리고 전차로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전차, 아니 이 과학자가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시내에 있는 자기 부모의 집이었다. 자신이 병에 결려 죽어가는데도 종교적인 이유로 의체화를 하지 못하게 했던 원망스런 부모에 복수하기 위해 부모 집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저지하라는 임무를 받은 공안9과는 전차의 강력한 파괴력에 밀려 저지하는 데 엄청 애를 먹지만 결국에 전차의 약점에 관한 정보를 입수해 전차가 부모 집에 도착해 부모를 덮치기 직전에 가까스로 전차의 폭주를 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난리통에 집 밖으로 나온 노부부를 향해 전차는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여 총구를 겨누게 되는데….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쿠사나기 소령이 직접 전차의 해치를 뜯고 과학자의 뇌를 강력한 전류로 태워버리면서 전차는 폭주를 완전히 멈춘다. 그런데, 이때 쿠사나기 소령은 뇌를 태우는 순간에 과학자의 뇌에 남은 잔상에서 부모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보다는 강한 몸을 갖게 된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며 부모님게 보여드리고 싶었던 과학자의 마음을 엿본다. 하지만 이미 과학자의 뇌는 완전히 타버려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된 뒤였다.



뇌와 기계의 인터페이스, B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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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스토리는 심금을 울리지만, 이제 이번 글의 주제인 뇌와 기계의 직접 연결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자. 폭주했던 전차에는 전차를 설계했던 과학자의 뇌가 직접 연결돼 있다. 뇌의 신호가 전차를 조종하는 것이다. 이야기에는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이식된 뇌의 신경세포들에서 나오는 신호를 받기 위해 무수한 전극들이 뇌에 심어져 전차의 조종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다. 전차는 이런 신경세포들의 전기 발화 신호를 받아 뇌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고 이동한다. 이른바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 Machine Interface)", 즉 비엠아이(BMI)라 불리는 이 기술은 1930년대에 뇌가 만들어 내는 전기적 신호의 발견 이래, 미국을 중심으로 꾸준히 연구된 뇌공학 기술이다.


00brain.jpg » 출처: Center for Cognitive Assessment Blog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리 뇌의 구조(옆 그림)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우리 뇌는 각 영역에 따라 그 기능이 나뉘어 있다. 예를 들어 뒤쪽에 있는 후두엽(occipital lobe)이라는 부분에서는 눈을 통해 들어온 시각 정보를 재구성해 "우리가 뭔가를 본다"라는 것을 인지하게 해준다. 후두엽에 있는 어떤 특정 신경세포들은 우리가 특정 각도의 선이나 모양, 또는 특정 색깔을 보았을 때 선택적으로 반응한다.1) 달리 말하면, 특정 신경세포의 발화가 측정된다는 말은 우리가 그 각도의 선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을 움직이는 운동신호를 일으키는 신경세포들은 전전두엽(prefrontal lobe)이나 전두엽(frontal lobe)이라 불리는 앞쪽 부분에 존재한다.2) 이들 영역에 존재하는 특정 신경세포들은 몸 근육의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 특정 운동신호를 내보내면 그 신호가 우리 몸 이곳저곳으로 연결된 말초운동신경을 통해 전달돼 근육을 수축하고 이완하며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즉, 이들 운동 영역의 신경세포들이 어떤 움직임을 나타내는지, 그리고 어떤 발화 패턴으로 움직임을 조종하는지 알 수 있다면 이 신경세포의 활동을 전극으로 측정해 인공적인 팔이나 인공적인 다리를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이다. BMI는 이런 발상에서 시작된다.


이런 운동신경세포의 발화를 이용한 BMI 기술은 1960년대에 원숭이를 이용해 시작한 미국 워싱톤대학 의대 페츠(Fetz) 교수의 연구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페츠 교수는 원숭이 뇌의 운동영역에 전극을 꽂아두고 시청각 피드백을 주는 동시에 성공하면 먹이를 주는 방법으로 원숭이가 스스로 특정 신경세포의 발화를 조종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데 성공했다.3) 즉, 원숭이가 의도적으로 뇌 안의 특정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종할 수 있게 되고 그 신경세포에서 측정된 신호를 외부 기계 조종에 사용하면 원숭이가 자신의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연구를 하던 당시에는 이런 연구가 BMI라는 개념으로 발전하지 않았었지만 1980년 미국 국립보건원의 슈미트(Schmidt) 박사가 이런 뇌신경세포 신호를 외부 보철기구를 조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하면서 뇌신경신호를 이용한 BMI 기술의 발전이 시작되었다.4)


00schwartz.jpg » 피츠버그대학의 슈워츠 교수. 출처/ Motorlab Website (http://motorlab.neurobio.pitt.edu/) 그렇다면 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뇌와 기계를 연결해 주는 BMI 기술은 얼마나 발전했을까? 2008년 피츠버그대학의 슈워츠 교수(Schwartz, 오른쪽 얼굴)가 보여준 '로봇 팔을 움직이는 원숭이'는 BMI 기술에 대한 대중적인 인상을 크게 남겼다. 슈워츠 교수는 원숭이 뇌의 운동피질 영역에 작은 전극들이 모여 있는 칩을 심어서 이들 전극들에서 측정된 신경세포 활동으로 원숭이가 로봇 팔을 움직여서 먹을 것을 집어먹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래 그림의 원숭이는 자신의 팔로는 집을 수 없는 먹이를 로봇 팔을 움직여서 먹이를 집어 먹고 있다. 즉 생각만으로도 원숭이가 로봇 팔을 원하는 대로 움직인 것이다.5) 원숭이가 보여준 로봇 팔의 움직임은 사고나 선천적 불구로 인해 팔다리를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사람들한테 기계 몸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00robotarm.jpg » 로봇팔을 조종해서 먹이를 자기 입에 넣는 원숭이의 모습. 원숭이는 실제 자기 팔을 갖고 있지만 로봇 팔을 움직여 먹이를 집어먹도록 훈련되었다. 출처/ Motorlab Website (http://motorlab.neurobio.pitt.edu/)

뇌에 심은 전극을 통해 읽어 들인 뇌신호는 직접 연결된 기계만을 조종할 수 있을까? 나의 뇌신호를 이용해서 멀리 떨어진 기계를 원격 조종할 수 있다면 어떨까? 듀크대학의 니콜리스(Nicolelis) 교수는 단지 직접 연결된 로봇팔을 움직이는 데에 더해서 더욱 인상적인 실험을 수행했다. 미국에 있는 원숭이의 뇌신호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일본에 있는 이족보행(二足步行) 로봇을 걷게 한 것이다.6) 원숭이가 두 다리로 걸을 때 생기는 뇌신호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일본에 있는 이족보행 로봇을 똑같이 걷도록 함으로써 뇌신호를 이용한 원격 로봇의 조종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세계 어디에서건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으로 지구 여기저기에 있는 로봇을 원격조종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미국 듀크대학에 있는 니콜리스 교수와 일본 교토에 있는 이족보행 로봇을 보여준다.

00robot.jpg » 인터넷 프로토콜을 이용한 대륙간 원격 BMI 접속. (왼쪽) 듀크대학의 니콜리스 교수가 미국에서 원숭이 뇌신호를 측정하며 지시를 내리는 모습. (오른쪽) 일본 교토대의 이족보행 로봇. 출처/ 출처: The New York Times(2008.1.15), Sandra Blakeslee

BM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해 현재는 전신마비 같은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로봇 팔 또는 컴퓨터 커서 등을 생각만으로 움직이며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BMI 연구로는, 미국의 하버드의대, 브라운대학, 그리고 스탠포드대학 등의 연구진에 의해 공동으로 진행되는 ‘브레인 게이트 2(BrainGate 2)’ 사업이 유명하다. 그 전신인 한 기업(Cyberkinetics Inc.)에서 독립해 2008년 공식 출범한 이 연구팀은 해마다 <네이처>, <뉴런> 같은 저명한 학술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며 장애인을 위한 기술 개발에서 많은 진보를 이루어냈다.


특히 이 연구팀은 2012년 <네이처>에 상반신이 마비되거나 팔이 없는 사람의 뇌에 전극 칩을 삽입하여 측정한 뇌신호를 이용해 로봇 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음을 알리는 논문을 발표했다. 환자들은 이 로봇 팔을 움직여서 물건을 집어 들거나 컵에 담긴 음료수를 입으로 갖고 와서 마실 수 있었다7) (사지마비 환자가 BMI 기술을 이용해 스스로 물병을 집어들고 마시는 장면의 홍보 동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감동스럽기까지 하다).아직 로봇 팔 움직임의 정확성이나 속도는 장애 없는 사람의 팔 움직임에 훨씬 못 미치지만 이 성과는 원숭이 실험에서만 보여졌던 BMI 기술의 가능성을 수 년 만에 실제 팔다리 장애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주었다.

00robot2.jpg » 사지마비 환자가 로봇 팔을 생각만으로 움직여서 음료수 병을 갖고 와서 먹는 모습. 머리 정수리 부분에 뇌신호 측정을 위한 센서가 두개골을 뚫고 설치되어 있다. 출처/ Nature



미약한 뇌신호를 포착해 명령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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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보여준 BMI 기술은 모두 원숭이나 환자의 뇌에 직접 전극을 심어서 많은 뇌 신경세포의 활동을 측정하여 그로 하여금 로봇 팔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도록 했다. 이처럼 수술을 통해 전극을 뇌에 직접 심어서 뇌신호를 측정하는 방식의 BMI 기술을 '침습적 BMI(Invasive BMI)'라 부른다 (직접 뇌에 상처를 입히고 전극을 꽂기 때문에 '침습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런 방식은 필연적으로 위험하고도 까다로운 뇌 수술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쉽게 많은 사람에 적용하기가 힘들다. 실제로 '브레인 게이트 2' 연구를 통해서 전극 이식을 받은 사람은 고작 4명이라고 한다. 더욱이, 멀쩡한 사람이 로봇 팔을 움직이고 싶다고 해서 뇌 수술로 전극 이식을 받는다는 것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다. 또한 이 기술은 우리 몸이 전극을 이물질로 인지해 여러 가지 면역방어 작용을 일으켜 전극의 감도를 떨어뜨려 오랜 동안 안정적으로 뇌 신호를 측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00interface.jpg » 머리 표면에서 검출되는 미약한 뇌신호를 이용하여 휠체어를 조종하는 모습. 수술없이 전극이 달린 모자를 쓰는 것만으로 미약한 뇌파인 EEG신호를 검출하여 "앞으로" 혹은 "왼쪽으로" 같은 간단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출처/ MIT Technology Review(2010.9.13) 이런 문제점을 피하는 다른 방법으로, '비침습적인(Non-invasive)' 방법을 사용하는 BMI 시스템이 개발되어 왔다. '비침습적'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전극을 직접 뇌에 심는 게 아니라 머리 표면에서 미약한 전기신호를 잡아내거나 뇌기능 자기공명 영상술(fMRI) 같은 뇌영상 기법을 이용해 뇌 신호를 측정하는 방법을 뜻하낟. 이런 기술의 가장 큰 단점은 신호가 약하거나 두리뭉수리하기 때문에 개개의 신경세포에서 정확한 신경신호를 잡아내는 침습적 방식에 비해서는 정확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술 없이도 이용할 수 있고 간편하기 때문에 오른쪽 그림과 같은 횔체어의 조작이나 간단한 컴퓨터 커서 움직임 등은 이런 비침습적인 방식으로도 수행이 가능하다.8)


비침습 방식의 BMI 시스템이 지닌 최고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당장‘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침습적 방식의 BMI는 매우 정확한 뇌신호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큰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현재로서는 아직 연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설사 많은 연구를 거쳐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이 된다 하더라고 뇌 수술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의료용에 국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비침습 방식의 BMI는 벌써 상업적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주로 게임과 관련된 회사들이 이 기술을 이용해 뇌파만으로 게임을 수행하는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 뇌 수술을 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간단하게 머리에 쓰는 헬멧 방식으로 우리 뇌 신호를 측정하여 특정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아래 사진에서 보여주는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Emotiv EPOC라는 제품)은 뇌의 특정 부분에서 생기는 뇌파 신호를 측정하여 게임 진행에 필요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00BMI.jpg » 이모티브 스토어(Emotiv store)에서 판매하는 EPOC 뉴로헤드세트t. 세련돼 보이는 이 장치는 머리 표면에서 EEG 신호를 측정해 무선으로 컴퓨터 수신장치로 전송한다. 수신된 EEG 신호는 게임 명령 입력으로 사용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30만 원대.

생각만으로 1인칭 격투기 게임을 수행한다고 생각해보자. 내 캐릭터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때리고 피하고 공중을 비행할 수도 있다. 제대로만 만들어진다면 유래가 없었던 엄청난 가상현실 시장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당장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비침습 방식의 BMI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뇌의 네트워크, 가까운 미래(近未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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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I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일까? 몇몇 사람들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BMI 기술이 불러올 부작용을 우려한다. 주로 게임을 하는 동안에 유출되는 뇌파를 이용하는 사적 정보의 유출과 해커의 공격 등이 그런 미래의 우려들이다.9) 공각기동대에서 묘사하는 사회가 현실이 된다면 네트워크를 통해 타인 뇌를 공격하거나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는 등의 범죄가 상상의 일만은 아니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내 머리 속의 생각을 도청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끔찍한 일이겠는가?


이런 기술적인 부작용 외에도 BMI 기술이 실용화하면 생길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윤리적 문제도 또한 존재한다. 예를 들어, 빈부 격차에 의한 빈부의 신체 능력 차이의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BMI 기술을 이용해 신체 능력을 뛰어나게 할 수 있게 되더라도 그 기술이 부유한 사람에 의해 독점된다면 빈부 격차가 곧 신체 능력의 차이로 귀결되어 사회를 더욱 더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BM I기술을 많은 사람이 공유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섬세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대목이다.


이런 부작용들은 지금 걱정하기에는 때이른 감도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뇌신호 측정 장치들과 신호해독 알고리즘들을 보고 있노라면 2030년으로 설정된 공각기동대의 세계가 정말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실제로 앞에서 소개한 듀크대학 니콜리스 교수를 비롯해 많은 과학자들은 벌써 공각기동대에서 등장하는 것과 같은, 몸 일부를 기계로 대체한 사람에 대해 구체적인 디자인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10)


BMI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 다른 많은 과학 분야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BMI 기술은 유독 미국에서 독보적으로 발전해 있다. 왜 그럴까? 환자 몸에 BMI를 이용한 인공 팔이나 인공 다리 등을 설치하는 분야를 신경보철학(Neuroprosthetics)이라 한다. 이 분야는 미국에서 굉장히 중요하고도 많이 발전한 분야인데 그 이유는 미국에는 전쟁에서 팔다리를 잃은 상이 용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BMI 연구에는 미국방연구소(DARPA)나 재향군인회가 많은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다. 정말 전쟁이 기술의 진보를 이뤄냈다는 격언이 생각날 정도다. 이런 미래의 모습이 그저 공상과학(SF)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앞에 바짝 다가와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 미래를 상상하며 고민해 볼 수 있을 때 이 작품이 전하는 현실감은 더욱 큰 것이다.

1) Kandel et. al. Principles of Neural Science. McGraw-Hill Medical; 4th edition (January 5, 2000)

2) Kandel et. al. Principles of Neural Science. McGraw-Hill Medical; 4th edition (January 5, 2000)

3) Fetz EE (1969) Operant conditioning of cortical unit activity. Science 163, 955-958.

4) Schmidt EM (1980) Single neuron recording from motor cortex as a possible source of signals for control of external devices. Ann. Biomed. Eng. 8, 339-349.

5) Vellisteet. al. (2008) Cortical control of a prosthetic arm for self-feeding. Nature 453, 1098-1101.

6) TEDMED 2012, Miguel Nicolelis: A monkey that controls a robot with its thoughts. No, really.

7) Hochberg et. al. (2012) Reach and grasp by people with tetraplegia using a neurally controlled robotic arm. Nature 485, 372-375.

8) Khareet. al. (2011) Brain Computer Interface Based Real Time Control of Wheelchair Using Electroencephalogram. International Journal of Soft Computing and Engineering 1(5), 41-45.

9) Leggett H (2009) The Next Hacking Frontier: Your Brain? Wired News. Jul 9, 2009

10) Levedev et. al. (2006) Brain machine interface: past, present and future. TREND in Neuroscience. 29(9), 536-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