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겨울이야기

체 게바라 2013. 2. 14. 23:41

 

 

지난 겨울은 비루한 내 생애만큼이나 신산스러웠다. 그것은 대체로 절망을 넘은 허망이었다. 더하여 느닷없었던 가까운 친구의 죽음은 시간을 관성처럼 살아온 내 일상을 뒤흔들었다. 그 일상의 관성과 친구의 죽음이 맞물리자 내 나이가 이제 죽음이란 그저 먼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삶이라는 필연성과 닿고, 어쩌면 우리는 죽음의 두려움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인식과 감정에서 벗어나거나 잊어버리기 위해서 쳇바퀴처럼 열심히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뜬금없는 생각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니까 내게 있어 열심히 살자는 다짐은 죽음의 두려움을 배제하자는 말의 동의어가 되는 셈이었다.

 

그랬다. 이 겨울이 내게 던진 허망이란 잊고있던 죽음과 조우하게 했고, 죽음이라는 화두는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심각한 사유의 환기였으며, 그것은  너의 나머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숙제로 이어졌던 것이다. 생리학적으로 죽음이란 심장의 작동이 중단되고 혈액순환이 멈추면서 산소 공급이 중단되며 뇌의 산소 포화도가 떨어진다. 산소 결핍으로 인해 세포들이 신진대사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므로 다양한 형태의 조직 손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필수 아미노산과 단백질을 더 이상 만들어내지 못한다. 결국 부패가 시작되면서 세포 조직이 허물어진다. 세포들이 정상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면서 주요 조직들이 파괴되고 결국 사망에 이른다. 생에게 죽음이 일어난 것이다. 

친구를 동토에 묻으며 그와 공유했던 기억들도 함께 무덤에 묻고 진눈깨비 내리는 산길을 돌아나오며 녀석과 공유하던 기억이 나만으로의 전유가 되었다는, 타자들이 머리로 이해는 되지만 가슴으로 체화되지 않는다는, 이윽고 그 기억들마저 희미한 옛사랑의 추억이 되어 잊혀져 갈 것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죽음이란 결국 기억의 소진이거나 완전한 사유의 정지가 아니냐는 나만의 인문학적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제 당분간 내 화두는 죽음이란 무엇인가가 될 터이다.

그러니 젠장, 죽음이란 화두와 풀리지 않는 우리네 부조리한 정치적 환경처럼 내게 약동하는 봄이란 애시당초 글러버린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