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이래저래 민중의 삶만 더 고달프게 생겼다.

체 게바라 2013. 1. 7. 01:37

 

무기력과 백가쟁명의 혼돈 속에 빠졌던 진보 진영도 새해가 되자 조금씩 현실 감각을 찾아가고, 진보적 매체들도 이제는 멘붕 상태에서 벗어나 박근혜가 끌고갈 새 정권에 무엇인가를 당부하고 기대하는 논조로 바뀌고 있다. 정리하자면 '설마 박근혜가 이명박이보다 국정을 더 개판치겠는가?'는 기대 반 체념 반의 심정같은 것이다.

 

런데 우리가 한가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이명박이든 박근혜든 보수의 집권은 87년 체제 아래에서 그가 누구건 단지 조중동과 종편을 포함한 조폭언론과 재벌, 그리고 보수 기득권 집단의 이익 대표성이라는 특징을 갖는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지난 18대 대선은 박근혜가 승리한 것이 아니라 수구 보수가 이명박에 이어 재집권에 성공했다고 정리해야 옳은 일이다. 대선 승리 후 보수집단에서 제기하고 있는 '실현 가능한 공약만 집권공약으로 확정해야 한다. 불가능한 공약은 폐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며 연일 박근혜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기에 바쁜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것이다. 사실 경제민주화니 복지가 박근혜나 새누리당에 가당키나 한 정책이던가?

 

아니나 다를까? 박근혜는 이런 보수집단의 염려에 부응하는 조치들로 화답하고 있다. 우선 그녀가 임명하고 있는 인수위원들과 이명박과 상의하여 결정했다는 신임 헌재소장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함께 할 인적 풀의 내용이 이명박류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럼 그렇지'라는 냉소을 머금게 된다. 기실 박근혜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조중동과 종편, 기득권 보수 진영의 이해와 상반되는 정책과 정치적 지향을 지속할 수는 없을 거라는 예상이 나의 예단으로만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보아왔듯이 이 나라의 보수 기득권층이 누구인가? 그들이 보란듯이 자신들의 희생과 선의의 사회적 배려에 선뜻 실천의지를 보여준 적이 있던 집단인가? 나의 판단은 이렇다. 박근혜와 그의 정권은 인수위 시기와 취임 초기에는 마치 국가 공동체 전체를 보듬을 것같은 립서비스는 남발할 것이지만 이내 보수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집단의 반발에 손발을 맞출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기에 진보 진영의 이러한 기대는 언감생심에 그칠 개연성이 아주 높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더우기 현재 국내와 국제 경제 상황 자체가 박근혜 정권에게 대단히 비우호적이기 때문에 설령 초기 정책 방향을 복지와 경제민주화에 방점을 찍는다 하더라도 언제그랬냐는듯 이내 방향을 성장 기조로 선회할 가능성이 더 농후하다.

 

 

그렇다면 패배 후 지금까지 아무런 혁신안도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민주당은 또 어떤가? 이 문제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민주당의 당내 혁신 또한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나는 내가 가진 판돈을 걸겠다. 모든 정치 권력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기득권에 대해서는 포기나 희생을 모르는 법이다. 민주당의 당 혁신의 핵심은 결국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득권을 포기하라는 것인즉 어떤 정치인이 자신의 직업을 희생하라는 것에, 결국 정치에서 손을 떼라는 선고일 수 있는 일에 선뜻 나설 수 있겠는가? 그리고 지난 2007년과 이번 대선의 민심은 결국 민중들은 현재의 민주 진보 세력의 중추이자 다수인 386들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우리는 그들의 논리와 전략에 동원된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게 된다. 민중의 삶과는 동떨어진 관념적 이데올로기에 50대들이 등을 돌린 것은 아닌지에 생각이 미치자 이미 빛이 바랜 80년대의 운동 논리를 타파하지 않는 한 민주당의 혁신은 물론, 2018년 체제의 수립도 기대난망일 거라는 비관이 나만의 패배논리였으면 좋겠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