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많이 비워야 많이 얻습니다!"

체 게바라 2012. 12. 29. 17:08

 

당 혁신에 머뭇거리는 민주당에 던지는 훈수 한 마디
"많이 비워야 많이 얻습니다!"

공부때문에 도시로 나오기 전, 시골 동네에 아주 싸움을 잘하는 선배가 있었다. 어느날 선배에게 어떻게 그렇게 싸움을 잘하느냐고 물었다. 남들과 다른 싸움의 기술과 관련한 답을 기대했는데 그의 말은 의외였다. "싸움을 회피하지 않는 투지와 선방. 상대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 때 먼저 주먹을 내는 것이지."

인간은 심리적으로 누구나 싸움을 회피하고자 한다. 더우기 가급적 다툼으로 발전하기를 꺼리기조차 하다. 심리학 관련 독서를 하며 나는 당시 그 선배가 싸움꾼이 아니라 싸움의 단초가 조성되면 싸움을 회피하지 않는 성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과 일단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먼저 주먹을 지르는 유형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우기 여러번의 싸움을 통해서 그가 싸움꾼이라는 선입견까지 조성되었으니 당시 동네에선 그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었다.

심리학에 최후통첩 게임이론이 있다. 이는 정치학자 토머스 셸링이 처음 제안한 인간의 열정에 관한 가설이었는데 불합리해 보이는 많은 감정이 사실은 삶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모순 전략'일 수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예를 들어 남을 위협하려는 사람은 그 위협을 실행하려면 자신도 상당한 댓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에서 허세가 드러날 위험을 전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위험을 실행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위협은 훨씬 더 신빙성을 갖게 된다.

지지부진한 민주당의 혁신을 바라보면서 옳고 정당한 일이라는 마음이 서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선언하고 실천해버리는 노무현이라는 리더가 새삼 생각나고, 구세군 냄비를 앞에 두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머뭇거리는 나에게 "많이 비워야 많이 얻습니다."는 덕담으로 만원 지전을 찾던 내게 결국 오만원 지전을 꺼내게 하신 마치 작년 연말 종각에서 만난 구세군 아저씨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