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기억을 찾아서 - 새로운 정신과학의 출현

체 게바라 2012. 10. 30. 22:46

 

프로이트는 20세기 초에 우리의 지각과 인지과정은-우리가 생각을 의식적으로 굉장히 집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고 주장하면서, 무의식적인 정신 작용이야말로 거의 모든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 원리라고 강조했다. 프로이트의 주장은 1860년대 헤르만 헬름홀츠가 이미 제기했던 '무의식적인 추론'이라는 개념을 확장한 것이었다. 헬름홀츠는 독일 출신의 물리학자였으나 뒤에 신경과학 분야로 연구 방향을 전환한 인물이다. 그는 신경계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처음으로 측량했는데 여기서 다소 이상한 현상을 깨닫게 된다. 신경계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도, 구리선 같은 전선에 흐르는 전기처럼 빛의 속도(1초에 30만 킬로미터)로 전달되어야 할 것으로 추측했으나 막상 측정해보니, 놀랍게도 그것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1초에 90미터를 가는 속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람들이 외부 자극에 의식적으로 반응하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실험해보았다. 그는 반응시간(자극에 주어진 시간보다 반응이 일어날 때까지 의식적으로 확인하는 시간)은 감각기관이나 운동기관이 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결과를 통해 헬름홀츠는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 중 상당수는 사물에 대한 의식적인 지각(반응)보다 앞서서,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람은뇌에서 일어나는 '무의식적인 추론-어떤 것을 의식하지 않은 채 생각하고 추론하는 것)-에 의지하여 사물을 인식하게 된다고 결론지었다. 그의 주장은 대다수 뇌 과학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그들은 무의식이 아니라 의식이야말로 추론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수행된 수많은 실험들은 헬름홀츠의 생각, 즉 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인지 활동은 결코 의식에 포착되지 않는다는 것이 옳았음을 뒷받침했다.

 

헬름홀츠의 주장을 지지하는 실험들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1986년 벤자민 리베트의 실험이었다. 리베트는 독일 신경과학자인 한스 콘후버가 이전에 했던 실험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콘루버는 실험참가자들에게 오른쪽 집게손가락을 움직이도록 했다. 그런 다음 집게 손가락을 우믹이는 데 걸린 시간과 뇌 속에서 전기적인 신호가 활동한 시간을 피실험자들의 머리에 설치한 전극을 통해 측정했다. 스백 번의 반복된 실험 끝에 그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즉 집게손가락을 움직이기 조금 전에 뇌 속에서 먼저 전기적인 스파크(이것이 바로 자유의지의 흔적이다!)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콘후버는 뇌 속의 이 전기를 준비 전압이라고 부르면서 이 전압이 자발적인 움직임(여기서는 집게손가락의 움직임)보다 1초 정도 앞서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리베트는 콘후버의 실험을 이어받아 실험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이 그렇게 하고 싶을 때마다 아무 손가락 하나를 위로 올리도록 했다. 그는 콘후버처럼 참가자들의 머리에 전극을 설치해 시간을 측정했는데, 그 결과 피실험자들이 손가락을 올리기 약 1초 전에 준비 전압이 활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서 참가자가 손가락을 움직이겠다고 결정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준비 전압이 활동하는 시간을 비교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참가자가 손가락을 움직이겠다고 결정하기 0.2초 전에 준비 전압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리베트는 참가자들이 손가락을 움직이겠다고 결정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기 전에, 이미 그들이 그렇게 하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것은 참가자들의 뇌 속에서 전기 신호를 확인하기만 하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실험들은 마음을 다루는 철학자들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만약 하나의 선택이 우리가 그렇게 행동하겠다고 결심하기도 전에,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결정된다면, 자유의지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이런 선택들은 뇌 속에서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인가? 우리가 우리의 활동을 자유롭게, 우리의 의지에 따라 선택한다고 느끼는 것은 착각에 불과한 것인가? 

 

프로이트, 헬름홀츠, 리베트라면, 우리가 하는 선택은 우리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예를 들어 리베트는 자발적 행위를 유발하는 과정은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나며, 의식은 단지 그 행위가 유발되기 직전에 그 행위를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관여할 뿐이라고 설명할 것이다. 손가락을 치켜들기 0.2초 전에 의식은 손가락을 들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어떤 행동을 인식하는 것과 결정하는 것 사이에 시간 차이가 존재하는 까닭이 무엇이든지, 리베트의 발견은 다음과 같은 윤리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의 결정이, 자신도 의식적으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행해진다면, 그 결정에 대해서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 이와 같은 의문은 나는 과연 나의 사유와 인식, 감정과 행동들이 온전히 나의 자유의지에 의해 통제되는, 말하자면 나의 사고나 느낌 행동이 나의 뇌 속에서 의식적으로 자각된 상태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문을 뇌 과학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가지게 되면서 부터다. 사실상 우리의 내부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사고나 느낌들은 실은 절차에 따르는 것이며, 자동적이고 전적으로 사전에 정해진 조건에 의해 형성된다는 뇌 과학계의 실험 결과를 통해 인지하고 부터다. 실제로 우리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동인인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의 인식이나 판단이 객관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의 행동이 종종 우리의 의도나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의 정신이나 행동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우리의 의식 바깥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 즉 프로이트와 칼융으로부터 시작된 무의식의 세계인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에 대한 관심이다. 생각해보라! 우리의 내면과 행동은 이성에 의해 합리적으로 통제된다는 상식이 뒤집히는 결과를. 칼융에 따르면 무의식의 세계는 개인의 경험치와 우리 인류의 집단적인 무의식을 담고 있다. 즉, 나의 무의식에는 우리 인류가 체험한 모든 것들의 원형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정신과 행동을 규정하는 세계는 의식과 무의식의 총합이라는 것에 나는 기꺼이 동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