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2012년 10월22일 Facebook 첫 번째 이야기
체 게바라
2012. 10. 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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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늦은 저녁, 동무 아들의 결혼식 초청장을 놓고 며칠 고민하다가 초청에도 응하고 아내와 1박 2일의 가을 여행을 준비합니다. 우선 주왕산 주산지를 경유해 영덕 동해를 가슴으로 맞으면서 저녁엔 울산 주전 포구의 이득 등대횟집에, 잠자리는 현대호텔(마침 친구 아들의 결혼식이 이곳이니)에 예약하고 토욜 아침 일찍 길을 따났습니다. 고속도로는 가을 단풍객들을 실은 나들이 차량으로 북적거렸고, 청송으로 들어서자 주왕산 입구 역시 차량과 등반객들로 난장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떠밀려 올라가는 등산을 포기하고 전설의 호수 주산지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한적한 벤치에 앉아 물빠진 주산지와 떠밀려 내려온 주왕산 자락의 단풍들과 드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숨호흡을 합니다. 후포항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들에게 연락하여 율산 주전항에서 만나자고 전화기를 눌렀습니다.
영덕을 지나 포항에서 울산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전장터였습니다. 악전고투를 거듭하여 6시반에서 1시간이나 늦은 7시 반에야 등대횟집에 도착합니다. 불이 꺼진 바다와 쇠락한 포구에는 가을 바람이 맞이합니다. 예약한 저녁을 마치고 식당을 나서 바다에 섭니다. 초가을의 밤 하늘에는 무수한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바람소리입니다. 나는 이 바람소리를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비명이 얽히는 것 같고, 혹은 수많은 중얼거림이 얼싸안고 달려가는 것 같습니다, 쓸쓸함이 뿌리 뽑혀 몰려다니는 내 기다림과 외로움은 늪처럼 길고 깊었습니다. 아뭏든 가을 하늘에는 무수한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그 울음소리는 한층 진해지고, 계절이 깊어져 초겨울의 냄새가 완연해지면 차라리 통곡소리로 변해갈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조금씩 불콰해진 얼굴로 호텔에 들어 내처 잠에 빠집니다. 죽음처럼 깊은 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