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하기

 

 

 

 

언제부터인가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일체의 말을 닫아 버렸다. 아니 말을 한다는 것이 그 아름다움에 군더더기를 붙여 美의 본래적 의미를 훼손하는 일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도달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해서는 다만 허툰 입닥치고 바라다 보는 것만이 내가 할 일임을 자각한 결과라고 자복할 일이다.

어떤 사물이나 이론에 대해 입을 연다는 것은 객관적 의의와 동의를 요청하는 일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내게 확인의 철퇴를 가했다. 아름다움은 말해질 수 없다고, 그것은 단지 창조되거나 감상될 뿐이고 철저하게 보여져야 할 것이지 말해져야 할 것이 아니라고.

올 봄에 공사를 끝낸 저 보성의 소리공원에도 아름다운 가을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