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아테네 학당

체 게바라 2012. 8. 13. 00:30

 

 

 

 

교황 율리우스 2세는 건물 개조에 무척 열성적이었다. 그는 당대의 건축가 브라만테가 산피에트 고대성당의 돔 설계를 맡고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 벽화를 그린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비교적 무명이었던 우르비노 출신의 스물일곱 살짜리 화가 라파엘로를 고용해 바티칸 중전에 있는 개인 도서관 벽에 거대한 프레스코 뱍화를 그리게 했다. 율리우스 2세의 도사관을 가득 채운 책들의 주요 주제, 즉 철학, 법, 신학, 시를 표현한 이 그림은 뒷날 <아테네 학당>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오늘날에는 아주 웅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림 속에서는 고대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 중동의 철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활발하게 대화를 나눈다. 후대 학자들은 그림 속 철학자들이 각각 정확하게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림 한 가운데 논쟁하는 두 인물은 플라톤과 아르스토텔레스가 분명하다.

 

각자 자신이 쓴 책을 들고 잇으니까. 왼쪽 앞에서 공책에 수식을 쓰는 사람은 피타고라스이며, 그 앞에서 우울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앉아 있는 사람이 헤라클레이토스다. 계단에 널브러지듯이  앉아 있는 조금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견유학파의 대표주자인 디오게네스로 보인다. 소크라테스는 왼쪽 뒷줄에서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강연을 하고 있다. 왼쪽 끝에서 머리에 월계관을 쓴 채 웃으먀 뭔가를 적은 통통한 인물은 에피쿠로스가 아닐까 한다. 확실한 것은 이 그림에 다양한 유파의 철학자들이 모여 잇으며, 그들 모두가 개성이 뚜렷하고 급진적인 사상을 전개했다는 점이다. 그들의 사상은 많은 부분 카톨릭 교리의 한계를 넘어선다. 에피쿠로스는 유물론자였고, 플라톤과 피타고라스는 환생을 믿었으며, 헤라클레이토스는 불로 이루어진 우주적 지능을 믿었다. 그렇게 생각은 달랐지만 모두가 바티칸 궁전의 벽에 한데 모여 있다.

 

 

 

 

 

 

나는 이 그림이 좋다. 그림 속에 깃든 질서와 무질서의 균형을 사랑한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은 뚜렷이 구별되지만, 그들 사상의 밑바탕에는 통일성이 깔려 있다. 그림 한 가운데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화사한 옷을 바닥에 끌며 논쟁하는 모습도 정말 보기 좋다. 손으로 플라톤은 하늘을, 아리스토텔레스는 땅바닥을 가리킨다. 도회적인 배경도 좋다. 사원인지 시장인지, 아니면 어느 이상적인 도시의 회랑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모여서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고 하루하루가 신성함과 맞닿는 곳이다. 이 그림을 바라보노라면 슬슬 궁금해진다. 나도 저 토론에 끼면 어떨까? 아테네 학당에서 공부하고, 위대한 스승의 이야기를 듣고, 감히 그들에게 말을 걸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들은 우리 세대를 보고 뭐라고 할까?

 

나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 자아내는 개방적이고 소란스러운 분위기, 누구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활기 넘치는 논쟁의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내고 싶다. 오늘날 더 좋고, 더 풍요롭게, 더 의미있게 살기 위해 고대 철인들의 생각을 배우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그들과 함께 , 라파엘로가 그토록 아름답게 그려낸 떠들썩하고 생기 넘치는 철학의 논쟁과 대화에 참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