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나라
오전 작업이 끝나고 점심 시간이 지나 꿀같은 잠시의 휴식, K는 작업복 윗 포켓에 꼿아두었던 프리츠 파펜하임의 '현대인의 소외'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같은 작업복을 입은 동료 A가 그의 옆에 엉덩이를 걸쳤다. 둘은 정치 영역에서의 소외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보통사람은 데이터나 기술적 장치, 경제이론 등에서 소외되어 있다. 하여 자연스럽게 정치란 보통사람의 정치가 아닌 전문가, 기술자에 의한 정치로 진행되기에 보통사람은 정치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은 어떤게 있는가? 이들은 이에 대해 자신들만의 주관적 의견을 서로에게 피력하기 시작했다. K는 정치란 본질적으로 권력에의 의지 욕구에 따라 성립되기에 정치가와 국민(보통사람) 사이에는 극복하기 어려운 간극이 존재한다는 현실론을 설파했다. 그러는 사이 점심 시간이 끝나고 그들은 현장 작업에 복귀했다.
한편, 그들 나라의 국무총리 C는 업무가 끝나고 귀가하자, 손녀 딸을 데리러 시립 유아원에 들어 사랑스런 4살배기 손녀 딸을 데리고 나와 자신의 자전거 뒤에 태웠다. 아내가 시장에 들러 사오라고 한 장거리 목록을 주머니에서 확인했다. 전통 시장에 들른 그는 자주보는 상인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얼굴이 익은 상인들은 저마다 그와 손녀 딸에 대해 한마디씩 덕담을 던진다. 그는 미소로 화답한다. 손녀딸은 꿀호떡을 좋아했다. 그는 호떡을 구워파는 리어카 행상에게서 호떡을 사서 손녀 딸과 하나씩 입에 넣는다. 녹은 설탕의 달달한 맛이 혀를 녹인다. 둘은 이곳저곳의 상점을 들러 장을 보고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온다. C의 입에서는 휘파람 소리가 나온다. 행복한 동네의 저녁 풍경이다.
위 두편의 시퀀스는 내가 꿈꾸는 장래 바로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노동자들이 앎의 추구를 위한 철학책을 읽고, 철학담론을 토론하고, 나이든 총리가 손녀 딸과 손잡고 재래시장을 보는 나라. 이 두 직업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이 나라가 얼마나 행복한 나라일까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