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에 대한 短想
자유는 탈주가 아니라 창조에 존립한다.
나는 나 자신을 스스로 형성할 수 있을 때 주체화된다.
그리고 이것만이 참된 의미에서 자유의 실현이 된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始原으로 차용하는 그리스 폴리스의
자유시민들이 생각한 자유는 본질적으로 타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내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너는 자유로워서는 안 된다는 것.
즉, 자기의 자유를 위해 타자는 노예 상태에 있어야 된다는 것이야말로
서양식 자유의 이념 속에 놓인 근원적 곤경이다.
이러한 결코 자족적일 수 없는 인간이 자족성 속에서 자유를 추구할 때
인간은 자기의 자유를 위해 필연적으로 타자를 도구화한다.
한편 나에게 부족한 것을 타자에게 빼앗아 채우기 위해
다른 한편에서는 타자가 자신을 수동적 강제에 놓이지 않게하기 위해
인간은 타인을 노예 상태에 빠뜨려 지배하려 드는 것이다.
이런 경우 나는 오직 남의 주인이 됨으로써 나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타자를 노예 상대로 삼아 착취함으로써 자기의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오늘날 초자본주의적이고 제국주의적인 세계에서 우리들 삶의
일반적인 형식이 되어 버렸다. 즉, 네가 있음으로 해서 나의 존재 근거가,
나의 자유가 위협 당할 수 있다는 현실의 적대적 구조 관계,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경쟁의 구도로 인해 나의 자유가 위태하다는 것이다.
허나 자유를 이렇게 홀로주체의 자기관계로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오래된 편견이다.
자유가 나의 자기형성과 자기 실현에 존립하는 것은 분명한 일이지만
내가 자기를 주체적으로 형성하고 실현하는 것은 결코 나 홀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근원적으로 인간의 존재는 그 자체가 타자와의 만남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즉, 나의 존재를 기반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타자인 것이다.
나는 오직 너와의 만남 속에서만 내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