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평등
민주주의가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정치적 이상이라면 "정치적 평등"은 그 민주주의 이상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갖추어야할 선결 조건이다. 정치적 평등은 민주주의라는 다소 추상적인 가치의 실현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수단이자, 민주주의가 얼마나 실현됐는지 그 정도를 재는 척도인 셈이다. 대부분의 정치, 사회학자들은 민주주의의 실질적 발전을 위해서는 이성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해왔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역사를 돌아보면 세상을 바꾸는 힘은 감성이라는 요소였다. 이성이 정의로운 행동을 하는데 기여해왔다는 점에 이의를 달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의나 공정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힘은 이성보다는 감정과 열정, 동정심, 분노, 증오와 같은 정서내지 감정이었다. 머리로 생각하는 정의보다는 "이건 아니잖아, 우린 뭐야? 너무 불공평해. 가만있지 않겠어!"라고 외치게 하고, 저항운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적 평등과 정의 같은 도덕적 목표를 추구하도록 밀어붙이는 동력이었다.
따라서 우리가 정치적 불평등을 복구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려면 잊고 있던 시민권 문화를 되찾아야 한다. 국가 권력과 기성 정치권이 시민의 정치적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들을 채택하도록 한층 강력한 시민 대중운동을 복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4.19 민주혁명, 5. 18 광주민주화운동, 87년 직선제 쟁취, 대통령 탄핵반대, 미국산 쇠고기 협상 무효 투쟁 등 인민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잠복해 있는 감정, 곧 분노와 열정을 끄집어내 세상을 변화시킨 위대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더우기 대통령 탄핵반대나 미국산 쇠고기협상 무효투쟁은 조직된 지도부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진행된 단체 저항운동이 아닌 집단지성에 의한 자발적 시민저항운동이었기에 세계를 놀라게 했고, 세계 지성계의 찬사를 들은 운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