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유월의 강으로 갔다

체 게바라 2010. 6. 4. 16:15

 

유월의 강으로 갔다.

강물에는 인간의 삶의 실존이 오롯이 녹아든 시간의 역사가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떠나는 강물은 흔연스럽게도 저 자신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한다. 인간의 생명 속으로 흘러들어오지 않는

시간들, 역사로부터 겉돌고 헤매는 저 귀순하지 않는 낯설고

날선 시간들이 강물에 실려서 떼를 지어 하류로 떠내려간다.

이 물리적 자연 속에는 우연과 필연 혹은 운명만이 존재한다.

우연과 필연과 운명은 모두 인간의 자유에 대해 무의미한 것이어서

내가 새로움을 꿈꿀 때, 강물은 이미 흐르고 흘러서 새로움에

도달해 있었다. 그것은 선험이어서 내가 경험을 꿈꾸고 있었으나

이미 경험된 꿈이기에 꿈의 완성이라 해야 옳을 것이었다.

 

내 사유는 강물과 바람 속으로 소멸해 갔다. 그러니 우리 인간의

인문화된 사유도 저토록 가벼워야 옳을 것이지 않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 사유도 바래어갔고, 바람은 강물 속으로 내 삶의 고통을 이끌어

퍼지고, 번지고 있었다. 시간이란 나의 생애가 통과해나간 수없이

덧없는 공간이었기에 어쩌면 나는 저 시간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버린

배타적 존재인지도 몰랐다. 그곳엔 내 생애의 슬픔이 몸을 비빌 수 없다는,

내 사랑이란 시간의 역사로부터 허락되거나 승인되지 않아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를 포함해야 옳을 것이다. 나는 그것에 동의했다.

그러니 나는 자아에게 질문을 던진다. 결기에 찼던 내 의지가 소멸되어버린

생애가 어찌 이보다 더 슬프고 연민스러울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결코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나의 생애란 여전히 어쩔 수 없이 비루한 존재형의 삶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