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토에서 유시민 발언 발췌
MBC 100분토론(11월 19일) 발췌
민주주의와 소통으로 본 지난 10년 어떻게 평가하나
“처음부터 너무 불이 나서 뜨겁습니다. 제가 물을 좀 뿌려야겠네요. 박형준 수석 말씀 들으니 참 반갑습니다. 그리고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옳은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에 야당 할 때도 그렇게 해줬으면 정말 고마웠을 텐데’ 이런 생각도 좀 들긴 합니다만...
대통령을 모시고 정부에서 일을 해보면 참 어렵죠. 대통령 말씀을 야권에서 다르게 해석해서 받아치기 때문에 소통은 정말 어렵습니다. 야당과 일부 언론(많은 언론이 그렇지는 않습니다만)에서 현 정부에 대해 하는 것을 보고 매우 서운하고 속상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정상입니다. 그것을 서운하게만 생각하면 문제를 풀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대통령이나 참모들은 때로는 정당하게 때로는 부당하게 근거도 없이 비난 받는 것이 직무 중에 하나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것입니다.
민주주의나 소통은 제도 문제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금 시점에서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문화, 관행, 의식 이런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예컨대 지난 정권 때 예를 한번 들어보죠. 소통이 안 되서 큰 문제 있었습니다. ‘한국-칠레 FTA’ 때 농민시위가 있어 농민이 돌아가셨죠. 대통령이 사과했고요. 그리고 부안 핵 폐기장 문제, 평택 대추리에서도 큰 충돌이 있었습니다. 이해관계가 부딪치고 신념이 부딪쳤기 때문에 소통하려 했지만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때도 노무현 대통령은 이야기를 다 듣고 결정은 혼자 하십니다. 그래서 소통에 장애가 있었던 것 사실이지만 자기 의견을 말했다가 상대의 의견 듣고 의사를 접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대통령님이 하시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이 대통령은 외국 정상들 만날 때 표정이 너무 좋습니다. 활짝 웃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도 오바마 미 대통령과 잘됐다고 평가했고요. 하지만 국민들을 만날 때는 그런 표정 짓지 않습니다. 그것이 아마 야당과 언론이 자주 내 말을 왜곡한다는 서운함 때문에 혹시 그런 것은 아닌가. 그런 정서가 있으면 사실 소통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이 제일 중요한 분이기 때문에 의식과 문화 행동양식에서 진짜로 반대하는 국민들을 존중하고 ‘내가 이 사람들에게도 대통령이다’는 생각을 갖고 외국정상들 만날 때처럼 활짝 웃는 얼굴로 그렇게 따뜻하게 소통하시면 잘 될 겁니다. 지금 노회찬 대표께서 날카롭게 하시는 것들 모두 다 약이 됩니다.
다양성과 인권, 법치주의
“박형준 수석께서 어렵게 토론에 나오셨는데 정무수석이십니다.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민정수석이나 치안을 담당하는 분이 그렇게 말하면 안심이지만 정무수석이 생각을 그렇게 하시면 앞으로도 문제가 풀리기 어렵겠구나 하는 불안감 듭니다.
이 말씀 잘 아실겁니다. 유명한 법언인데요. 법이란 무엇이나? 큰 고기만 빠져나갈 수 있는 촘촘한 그물이다. 원래 촘촘한 그물은 작은 고기만 빠져나가야죠. 그런데 ‘법이라는 그물은 큰 고기만 빠져나가는 있는 촘촘한 그물이다’라는 거죠. 법치라는 것이 잘못 적용되기 시작하면 국민이 법에 대해 이런 생각 하게 됩니다.
지금 제가 현 정부의 법치주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경찰, 검찰 등 법률과 헌법에 의거해서 합법적인 폭력권을 가지고 있고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관료기구에 대해서는 철저한 문민적인 통제, 정치적 지도를 해야 합니다. 이 관료기구의 속성은 자기 힘을 극대화하고 권력을 키우고 그리고 무력한 개인에게 위세를 부릴 수 있을 때는 언제나 행사하려는 강력한 내적 경향을 갖고 있는 조직입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는 이 조직을 관장하는 수장이시잖아요. 이런 폭력을 보유하고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관료기구는 강력하게 문민적, 정치적 통제를 하지 않으면 곧바로 개인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요구와 신념이 표출되는 것을 억제하는 쪽으로 작용을 하게 됩니다. 인권 다양성이라는 것은 (박형준 수석은) 정치학자이시니 잘 아시겠지만 폭력을 독점하고 있는 국가의 억압으로부터 개인의 취향과 다양성, 소망과 기회를 지켜주기 위해서 생긴 개념 아닙니까. 그렇다면 인권과 다양성이라 말할 때 이것을 억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주체는 국가권력입니다. 왕왕 이런 국가권력이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행사되고 있는지 지나침이 없는지 혹은 불법적인 것이 없는지를 대통령과 참모는 늘 살펴야 합니다. 물론 시민들이 불법적인 행위를 하죠. 얼마나 분이 나면 하겠어요. 그것을 풀기위해 참모가 있는 것이고 정무수석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시민들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경찰이 물리적 대응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불법이 저질러집니다. 이때 이것을 등가적으로 보면 절대 안됩니다. 그때부터 국가권력이 시민을 억압하기 시작합니다. 시민들의 폭력과 불법도 나쁘지만 국가 공권력은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점에 관해서는 국가권력 국가기구 국가조직의 불법행위는 시민들의 불법행위로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공권력을 지휘해야 합니다. 지금 제가 정무수석도 그런 말 하는 것 보니 3년 반 남은 기간 동안도 많은 충돌이 있겠구나 하는 걱정이듭니다."
“지난번 특집 토론 했을 때(2008년 12월)도 나경원 의원님에게 이 말을 드렸는데 접수가 안 된 듯합니다. 그때 법치주의 논쟁을 하면서, 제 말이 아니고 유명한 법언을 언급 했습니다. 법치주의란 국민들이 지키라는 것이 아니고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나라 운영하고 국민을 통치하는 것이다. 이건 아마 법률 이론을 공부한 분들은 아무도 이의제기를 안할 겁니다. 제가 그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보통하는 말 중에 법은 상식의 최소한이다 그런 말이 있습니다. 자주 대통령부터 각료들 정무수석까지 또 국회의원들이 모두 법치만 얘길 하면 국민들 겁먹습니다. ‘아 이제 말 안 들으면 잡아가는 구나!’ 그리고 실제로 지금 이명박 대통령님께서 하시는 것을 보면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말 안 들으면 잡아가두고 고문하고 했는데 지금은 밥줄을 끊어요. 지난 정부 때 정부에 일했던 사람들은 민간회사도 취직 못합니다. 취직하면 전부 기관에서 나와서 무슨 인연으로 취직시켰냐고 물어보고 가기 때문에, 국세청에서 자발적으로 협조해라 (나중에) 보자 이렇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꾸 법치를 애기하면 국민을 겁주는 게 됩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말 하나 알려 드릴 테니 정무수석께서 대통령에게 읽으라고 해주세요. 제일 좋은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따라서 다스리는 것이고, 그 다음은 이익으로 국민 유도하는 것이고, 세 번째가 도덕으로 설교하는 것이고, 아주 못 하는 정치는 형벌을 겁주는 것이고, 최악의 정치는 국민들과 다투는 것이다.
지금 정부에서 하는 얘기를 보면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말 안 들으면 잡아 간다’ 형벌로 겁을 주는 것하고 국민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 나오면 그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말하러 나온 국민들과 경찰 시켜 싸우십니다. 이것은 하지하의 정치입니다. 내 말이 심하게 들리겠지만 걱정 되서 하는 말입니다. 대통령 지지도가 낮은 것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책도 50%이상 찬성이 거의 없습니다. 그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도 불도저식이고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귀 막아버리고 길거리 못나오게 하고 그리고 법치주의를 거론하면서 겁을 줍니다. 과거 토론되는 이슈들 제도개혁과는 다르게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 등 원론적인 주제로 후퇴한 것 살펴보면 바로 이런 현상과 관계가 있습니다.
제 말이 꼭 옳다는 것이 아니고,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조금 고칠 점도 있지 않겠나 그런 뜻에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점을 유념해 주셨으면 합니다."
경제성장과 복지
"어려운 문제입니다. 우리도 국정운영 할 때 5년 내내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괴로웠습니다. 뭘 해야 하는지 목표는 있는데 방법이 참 찾아지지 않습니다. 지금 특히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경제 살리기 7% 공략으로 대통령이 되셨기에 더 괴로울 것입니다.
지금 어려워 진 것은 단순히 국민의 경제정책 실패 때문이 아니라 그런 것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서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 때문에 우리도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리이니 이렇게 되었지요. 대통령을 비판한다고 해서 좋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정책 방향만큼은 재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경제 살아나고 있다고 하는데 길거리 가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난 9월을 기점으로 급속하게 나빠졌다고 얘기 합니다. 지표도 그렇게 나옵니다. 성장률 올라가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는다. 사업도 토목만 괜찮고 다 괴롭습니다. 아시다시피 토목 건설분야에 종사자 수가 평소 취업자의 7% 수준입니다. 그 분야에서 10% 고용을 늘려야 0.7% 고용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투자대비 고용창출 지수도 굉장히 약한 분야입니다. 이런 것들이 이미 알고 있던 사항들인데 지금의 정부는 실제 고용효과가 나지 않은 곳에 돈을 너무 많이 들이고 있습니다. 단기 부양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14조 7천억인 대운하가 22조 더하기 알파인 4대강으로 진행되었는데 비용/편익 계산서 자체가 없습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장기적으로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는 걱정도 됩니다.
하나 제안을 드린다면 진보진영의 이야기를 좀 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장관할 때 진보진영으로부터 비판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그나마 호응을 받았던 것이 사회서비스 분야에 시장을 만들어내고 국가가 좀 투자를 하고 그렇게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 만들어내는 이런 쪽을 임기 막지막에 많이 하기위해 무척 노력을 했습니다. 지금 정부가 그것을 없애지는 않는데 별로 늘리지도 않고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성장전략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서 고용창출이 바로바로 이루어지는 분야로 국가재정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때까지 취임때 일자리만큼도 채우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