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그래도 사랑하십시오
체 게바라
2009. 11. 17. 17:02
막연히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으면 뭔가 다른 새로움을
만나게 될 줄 알았는데 다 꿈이었을까? 여름이 끝나고 가을을 제대로
가슴에 담기도 전에 어느새 겨울이 느껴지고, 단풍이 만산홍엽이라도
기억의 장소에 저장도 하기 전에 이제 곧 연말이라는 생각에 그저
초조해진다. 다 흐르는 시간 때문이다.
마음은 늘 고정되어 있다고 하나 물리적 시간의 변화는 어느새 세월의
변화를 의식해야 할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지나가는 시간을 느끼자
배터리가 다 되어가는 손전등을 들고 먼 밤길을 가야 할 사람처럼 그저
막막해지기만 한다. 그런 마음 한편으로는 이 갓도 삶의 한 과정이 아닐까
라는 위안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마음이 오락가락할 때 마음을 터놓는
사람의 방문을 받았다. 사람의 불안을 잠재워줄 수 있는 대상은 오직
사람뿐이라는 듯 그들과의 만남 뒤 평화롭고 마음까지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강한 정신을 요새의 석축처럼 쌓아올려도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오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찾아보면 세월을 이겨내는 방법은 있을 것 같다.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 시절을 함께 견뎌내는 일생에 단 한 번밖에 없는 인연이라고
소중히 나누는 사람과의 관계야말로 이 쓸쓸한 계절을 겪어내는 방법일 것이다.
문득,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상처받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사랑하십시오.”
라던 테레사 수녀의 말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