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의 부활
한국판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의 부활
이명박 씨의 ‘세종행복도시’의 목적 변경을 시사하는 발언 이후, 총리 내정자 신분이었던
정운찬은 이를 받아 ‘세종시를 현행법대로 개발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는 변경운운의
일파만파의 정치적 파문을 던지더니, 급기야 총리신분으로 지난 4일 오후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부 2처 2청'의 행정부처를 이전하는
세종시 원안을 사실상 폐기하고, 내년 1월까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의 발언 이후, 격화된 세종시법을 바라보면서 그가 그토록 신념처럼 떠받들던
‘법치’가 어디로 실종되었는가는 공화국 운영의 기본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명 '세종시법'은 2005년 3월 국회에서 통과되고, 2008년 2월 개정된 '행정
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이다. 2004년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이 관습헌법 위반이라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위헌선언이 된 후, 이 법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된 내용을 담고
있다(9부 2처 2청 이전). 이 법은 또 헌법소원이 제기되었고,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을
각하하고, 사실상 합헌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이명박이나 정운찬은 이미 국회를 통과한 이 법률과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
따른 동 세종시법을 집행할 의무가 있는 행정부의 정책적 기능만을 수행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자다가도 깨어 배꼽을 잡을 희한한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일개 행정가인
국무총리라는 자가 국회를 통과하고 헌법재판소가 합헌을 선언한 법률을 폐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국민대표기관인 입법부와 최고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를
인정하지 않는 초국가적인 해괴한 일을 대통령이라는 자와 짜고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결과적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신독재체제의 부활에 다름이 아니라고 하겠다.
그러니 이 정권의 정책이라는 것이 사람을 쇠침대에 뉘여 작으면 늘리고, 크면 자르는
폭력적 도구인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가 아니겠는가? 더구나 세종시법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범여권이 원안을 훼손하기 위하여 야단법석을 떨면서 전 국민의 2/3가
반대하는 4대강 살리기와 헌재의 부분 위헌내용의(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인 중 8인의
의견으로 당시 국회의장 김형오의 의사진행을 대리한 국회부의장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의 법적책임(피청구인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절차상 위법위헌인 미디어법
가결선포행위의 법적책임의 주체는 국회의장 김형오라고 못 박고 있다) 미디어법에
대해서는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이면서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상징인 세종시법에
대해서는 법절차를 무시하는 행정만능, 독재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에 대하여
본질은 어디가고 모든 미디어나 야당조차도 변죽만 울리고 있는가?
우리는 단지 효율성만을 기준으로 삼는 이명박식 정치나 행정을 반대한다. 그것은 한가지
기준에 모든 것을 맞추려하는 획일적인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의 부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