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황홀한 봄날에

체 게바라 2009. 4. 3. 18:04

 

한낮의 바다를 지배하던 에메랄드와 코발트 블루는 생생한 실존이다.

그 넘실대는 짙푸른 생명의 바다는 그러나 스러지는 태양 아래에서

색깔을 바꾼다. 그 색들은 형상의 끈질긴 구체성을 모호하기 짝이 없는

추상으로 내몬다. 석양은 이리하여, 형상의 정체성을 앗아버리는 수작이다.

시간의 거리낌 없는 농단 앞에서 인간은 속수무책이다.

 

저 바다로 떨어지는 석양의 붉은 노을 앞에서 우리는 쓰라리고 아플 것이다.

그것에서 나는 견딜 수 없는 고독에 가라앉고, 가라앉을수록 고통스럽다.

핏빛 노을이 바다로 떨어져 스러져가는 석양을 보았는가?

그 모습은 그 어느 것보다도 더 장엄하고, 그 어느 것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아름다움이다. 서서히 밀려오는 어둠에 쫓기듯 물러가는 검붉은 바다에 서서

나는 적병들을 앞에 둔 장수처럼 깊은 슬픔에 빠져 드디어 비장해진다.

그리고 내 마음은 시리도록 아파온다. 

 

너무도 짧아 아쉽기에 황홀한 봄,

바람과 봄비에 스러지는 봄의 꽃들처럼 한순간인 것을

그냥 놓쳐버린 인연처럼 찰라의 비명을 지를새도 없는  

그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