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오바마노믹스

체 게바라 2008. 11. 24. 00:34

 

개발도상국 가운데 어느 나라가 부도낼 가능성이 가장 높을까? 미국의 한 대형

투자은행이 3년전 이런 의문을 갖고 제3세계 국가들을 조사했다. 그런데 한 직원의

실수로 선진국까지 포함해 컴퓨터를 돌려 버렸다. 그랬더니 자신들의 나라인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부도 위험이 큰 나라라로 평가됐다. 컴퓨터는 GDP(국내총생산)의

72%에 달하는 10조 달러의 부채와 3500억달러의 재정적자, 7000억달러의 연간 무역

적자가 있는 미국의 패무불이행 위험이 가장 큰 나라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한국인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운동과 당선이 오바마와 데자뷰로

떠오를 것같다. 터질 듯한 흥분 속에 담담한 우려가 교차하던 그 시절처럼, 지금 미국은

재미있는 이름을 지닌, 깡마르고 피부색이 검은 젊은이를 대통령으로 뽑아 놓고 끓어오르는

탄성과 조용한 걱정을 교차시키고 있다. 이 책은 오바마가 취임 후 어떤 경제 정책을 펼칠지를

전망한다. 그의 연설과 선거 공약집을 꼼꼼이 분석해 예상한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해석에 따르면 오바마는 미국 경제를 '대기업과 부유층의 번영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도 흘러내리게 하는' 하향식 구조에서, '모든 경제 주체가 공평한 경쟁을 펼쳐

그 번영이 번져나가게 만드는'  하향식 구조로 뜯어고칠 것이다.'미국 소비자나 노동자를

보호하는 규제는 필요하다'는 지치하에 기존의 자유무역 옹호론은 엄격하게 검증될 것이다.

의료 보험과 교육제도는 대대적 개혁을 맞고, 지구 온난화와 탄소 배출 등의 환경 이슈는

예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다루어질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한국보다 더 문제가 많은 나라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켄터키 주에서 열리는 켄터키더비 경마대회를 보러 매년 3월 첫째 토요일,

미국의 백만장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이들은 100만달러의 관람료를 내고 2분짜리 경마를

지켜본다. 그러나 바로 옆 마굿간에는 시간당 2달러를 받는 젊은 노동자들이 집단을 깔고

잠을 잔다. 지은이는 이를 두고 "젊은이들의 인생과 꿈에 아무런 가치도 보태주지 못하면서도

경주마에는 수천만 달러의 가치를 매기고 있는 나라"라고 주장한다. 이뿐만 아니다. 8명 가운데

한 명이 자녀를 제대로 돌볼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인 빈곤에 시달리는 나라, 6명 중 한 명이

의료보험에 가입 못하는 나라, 상위 1%의 사람들이 40%의 부를 갖고 있는 나라, 개인의

능력과 노력보다는 물려받은 지위와 연줄에 성공이 좌우되는 나라, 가난한 집에 태어나면 그의

운명이 거의 정해진다는 규칙을 갖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란다.

 

이런 나라를 오바마는 '변화'와 '담대한 희망'을 기치로 개조하고자 한다. 오바마는 "가난한

소비자는 돈이 없어 자기가 무엇이 필요한지 시장에 말할 수 없다"며 "그래서 시장은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한다"고 말한다. 시장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이 때문에 오바마를 사회적 시장경제론자, 질서 자유주의자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그는 "자유무역과 세계화는 대부분 승자에게만 더 나은 삶을 제공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 앞으로의 미국은 보호무역이나 제한적 세계화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존R 탈보드 지음/송택순 옮김/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