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바쁜 휴일
체 게바라
2008. 10. 5. 20:28
일요일 아침, 축제에 야생화 전시로 참가한 동호회 회원의
격려차 전시장에 들렸다가, 곧바로 저녁에 가면 피곤할 것 같아 친구
아버님 문상을 위해 장례식장에 들렸다. 힘내라는 상투적인 덕담만
건네고 집으로 와 아내를 터미널에 내려 주고 마산에서 올라오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고속도로에 들어 섰다. 특이하게도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한 5분을 기다리자 중년의 흰머리가 반백인 친구가 차에서 내렸다.
"근사한데.." 녀석은 대답대신 나를 와락 껴안았다. "미안하다. 병원에
입원했는데도 가보지도 못하고..미안하구나."
간단한 늦은 저녁을 먹고 차 한잔을 들고 휴게소 뒤편의 원두막으로
향했다. 아이들 얘기. 집안 얘기, 언제 그만 둘지 모르고 불안하기만 한
직장얘기, 은퇴 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 등
이런저런 불안을 서로에게 전가시키면서 시간은 금새 두시간이나 흘렀다.
다음을 기약하며 녀석을 먼저 보내고, 휴대폰을 걸어 놈에게 조동진의
'제비꽃'을 들려 주었다. 그렇게 휴일의 오후가 흘러가고 있었다.
저녁 때, 장모님 병원으로 간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의식을
한 80%정도 회복하고 말도 곧잘 한다는 것이다. 다행이도 걱정을 떨구고
긍정적으로 호전되어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