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기질 : 조증(躁症)
하이포마니아 유전자로 성공한 나라, 미국
대량생산으로 미국의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공장의
한 관리자가 "지난 주에 강철 생산 기록을 모두 깼다"라며 전화를 걸면
"그렇다면 이제부턴 매주 그렇게 하면 되겠군"이라고 대답했다. 고로(高爐)
책임자가 "8번 용광로가 오늘 기록을 갱신했다"고 보고하면 이렇게 물었다.
"나머지 용광로는?"
철도회사의 말단 직원이었던 시절, 카네기는 총책임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해 시스템이 마비되자 자칫 일이 잘못되어 해고당하거나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지시를 내려 상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그는 일단 목표를 세우면 잠을 거의 자지 않고도 거뜬히 일을
해낼 수 있는 '인간 엔진'이었으며, 단 한번도 인생의 성공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평생 스코트랜드 민족 영웅 윌리엄 윌리스를 자기의 역할 모델로 삼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윌리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가장 앞장서서 달려
나갔을 것이다"고 생각하면서 극복해나가곤 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성으로 여겨지는 모든 미덕을 고루 갖춘 카네기는 과연 정상적인
사람이었을까?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정신과의 임상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정신분석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카네기가 약간의 광기를 지닌 가벼운 조증(躁症)
환자. 즉 '하이포마니아'였다고 진단한다. 지나친 조급증, 고통스러운 결과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판단력이 흐려지면서 충동적인 횅동을 하는 것, 잠자는
것도 잊고 일에 몰두하는 것, 어른이 돼서도 위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자신이
영웅이 될 운명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등이 모두 하이포마니아의
일반적인 특성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카네기를 비롯해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미국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알랙산더 해밀턴, 할리우드 탄생의 발판을 마련한 셀즈닉과 마이어 가문 등 미국의
500년 역사 동안 미국의 성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하이포마니아들의 삶을 분석,
조증 기질이 그들을 성공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추적했다.
메시아적 사명에 사로잡혀 신대륙을 발견하는 콜럼버스의 모험담, 무서은 속도로
질주하듯 글을 써 만들어낸 보고서로 조지 위싱턴을 설득해 중앙 은행을 창설하는
해밀턴의 쾌거 등 미국을 만들어가는 하이포마니아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프다. 은퇴 후 세계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카네기는
1914년 8월 4일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 중립을 선언하자 삶의 이유를 잃고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다. 아이디어가 끊이지 않고, 자신감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패나 상실을 겪으면 편집증이나 우울증이 되기 쉽다는 것도 하이포
마니아의 특성이다.
저자가 이 챡을 쓴 궁극적인 이유는 9.11테러 이후 불법 이민자 소탕 작전에 나선
미국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을 '하이포마니아 국가'로
구정한다. 단기간에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오늘날의 미국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모험심 강하고 야심만만한 미국인 화이포마니아 이민자들의 유전자 덕분이라는 것이다.
존 가트너 지음/조지현 옮김/살림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