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종말은 오는가?

체 게바라 2008. 9. 22. 12:51

 

   미국식 자본주의의 종말

 

지난 3월 베어스턴에 이어 9월 리먼부라더스의 파산과 메릴린치 투자은행의 몰락은

완벽한 ‘부의 창출 시스템’으로 숭앙되어 온 미국식 자유방임적 금융자본주의의 결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러한 거대 투자은행의 말로는 브레이크 없는 ‘자본의 질주’가 어떻게

종말을 맞이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무모한 모기지 대출과 파생상품들을 만들어

팔면서 위험을 전가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고성장을 구가하면서

유동성 파티를 즐겼다. 그것에 대한 시장의 응징이 지금 가혹하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신조인 욕망을 넘어선 탐욕이 불러온 댓가다.  

 

지난 30여 년간 승승장구해 온 미국식 금융과 투자은행은 왜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

졌을까? 경제학자와 금융 전문가들은 첫째, 자산유동화 기법을 통해 신용을 마구

팽창시킨 투자은행들의 공격성과 둘째, 위험을 분산시켜 결국은 ‘위험 제로(0)’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 투자은행들의 금융공학 맹신이 셋째, 저금리라는 진통제로 금융

유동성을 팽창시킨 미국 정부의 방관을 그 주범으로 꼽고 있다.

 

물론 대부분 금융 전문가들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금융시장과 투자은행들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그 형태는 정부와 국제기구의 규제· 개입이

강화된 ‘관리형 금융자본주의’와 투자은행 대신 초대형 상업은행들이 주도하는 투자

금융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최근 발생된 미국식 금융자본주의 한계의 원인에 대해 알아보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자산 유동화의 함정에서 비롯된 미국 금융의 총체적 난맥상이었다.

미국의 은행과 주택담보(모기지)대출 회사들은 빌려준 빚(대출)을 받기도 전에 또 다른

형태의 빚을 지기 시작했다. 대출 자산(주택)을 담보로 주택저당채권(MBS)을 만들어

팔아 미리 돈을 회수하는 자산 유동화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선진성을 상징하는

첨단 금융기법으로 각광 받았다. 이 과정에서 투자은행들이 발생한 채권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사들여 이를 기초로 파생상품인 부채담보증권(CDO)을 만들어 팔았다.

심지어 이를 다시 사들여 2차 CDO를 만들어 팔거나, 다른 채권이나 파생상품과 섞은

뒤에 쪼개 파는 ‘구조화 증권’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유동화가 거듭될수록 주택 한 채에서 나오는 돈은 점점 부푼다. 이론상 1억원 가치를

지닌 대출 채권이 서너 단계를 거치면서 3억~4억원의 돈이 된다. 이 과정에서 첨단

금융공학이 큰 역할을 했다. 행여나 돈을 갚지 못할 위험(리스크)을 수치로 계산해

이를 금리로 단순화시키고, 이 위험에 돈을 거는 파생금융상품으로 만들었다. 투자

은행들은 이러한 위험연계 파생상품을 팔아 또 돈을 벌었다.

 

이런 매커니즘은 미국의 경기가 활황이고, 집값도 계속 올라 대출금 상환이 잘 이루어

지면 모두에게 이익인 ‘윈-윈 게임’이다. 하지만 미국 주택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주택

담보대출 연체율이 급등하자 부동산 담보에 기반을 둔 금융시스템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은행들이 자산 유동화를 통해 주택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소득이 적거나

신용이 낮은 사람에게도 담보만 받고 마구 장기 대출을 해준 것이 결정적인 문제가

됐다. 바로 이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다. 은행들이 돈을 떼이기 시작하자,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기반한 채권과 증권 가격이 폭락했고, 이는 투자은행-미국 금융시스템의

연쇄적 부실로 이어졌다.

 

투자은행들의 파생금융상품은 금융시장의 위험(리스크)을 항상 예측 가능하며, 수치화

할 수 있다는 금융공학에 기반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금융공학의 신화(myth)는

깨졌다’고 비판적 금융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국내 IB전문가는 “미국 투자은행에서

일한 천재들은 위험을 끊임없이 분산시킴으로써 결국은 위험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고

착각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파생금융상품은 일단 계약이 체결되면 이후 제삼자간에

자유롭게 판매가 가능해 채권·채무관계가 불투명해진다. 삼성경제연구원 유정석 연구

위원은 “중간에 누군가 부도가 발생하면 투자금을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투자은행들의 파생금융상품은 금융투자의 위험을 끊임없이 남에게

미뤘을 뿐, 위험이 현실화된 금융위기의 상황에서는 손실을 수많은 사람에게 전파하는

역할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사태의 원죄는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을 관리하는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

제도이사회(FRB)에게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FRB는 이른바 신경제 붐(IT)이 꺼진

후 쇠퇴되어 가는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지속적인 저금리 정책을 펼쳐 왔다. 그린스펀

FRB의장의 주도로 FRB는 2001~2004년 사이 총 13여차례에 걸쳐 5.5포인트나 정책

금리를 인하했다. 중안은행의 저금리 정책은 유동성 확대를 낳고, 이는 미국 내 자산

(부동산) 가격을 올려놓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당시 이러한 미국 국내 금융상황은

결국 부동산을 담보로 또 다시 유동성을 창출하는 ‘유동성의 자기 재생산‘ 과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즉, 경제의 실질적 팬더멘탈의 성장 없이, 미국 경제는 금융

시장의 팽창으로 유지되어 왔다는 것이다.

 

최운화 미국 커먼웰스비즈니스은행 행장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대출을 받아 호의호식

하고, 이를 미래의 수익으로 언젠가는 갚는다는 행태가 미국 서민들 사이에서 나타났고.

이를 금융회사들이 부추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의 실물 경제와 금융 경제

간의 갭이 커지면서 부동산에서 촉발된 위기의 불꽃이 대형 화재로 번져 ‘돈 잔치’에 대한

정리를 요구하게 된 것이 오늘의 미국식 자본주의 금융위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