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이 남자의 휴일 보내는 방법

체 게바라 2008. 7. 27. 23:15

 

 

오전 8시 30분, 야구르트를 따 마시며 작은 아이를 학교에(방학 자율학습) 데려다

주려고 집을 나섰다. 오늘따라 신호등 체계의 문제로 수업시간에 2~3분 지각했다.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는 격언을 아이에게 던지며 집으로 들어오다 오늘이

일요일임을 그제사 확인하고 세차장으로 갔다. 최근의 우기동안 전혀 차를 손보지 않아

많이 지저분해 있었다. 셀프 세차장은 만원이었다. 간신히 어찌어찌 세차를 끝내는데

갑자기 주저 앉고 싶은,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숨쉬는 것마저도 힘이 드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몸을 추스켜 집에 돌아와 그대로 화장실로 향했다. 며칠 먹은 음식을

온전히 반납하는 심한 설사를 하고는 그대로 침대에 떨어졌다. 점심을 먹으라며 깨우는

마누라의 말도 시큰등하게 보내고 겨우 잠에서 깨어나 보니 4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큰 아이에게 물으니 엄마는 산에 갔단다. 7시넘어 저녁을 배달시키며 아침 외에는

땅을 전혀 밟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 처음의 밥을 때우고 아파트를 나섰다. 

아파트 산책로를 걷다가 힘들다는 신호가 다리로부터 전해왔다. 산책로 옆의

벤치에 앉아 한참을 그대로 멍하니 아파트 이곳저곳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지금 내 몸과 마음이 전형적인 할아버지들의 모습임을 깨달았다. 

그저 숨쉬는 것조차 귀찮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