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2008. 4. 2. 15:30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면 외치지만 소리가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이성부(19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