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승자독식사회

체 게바라 2008. 3. 27. 18:05

 

승자 독식사회 (로버트 프랭크, 필립 쿡 지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소득이 올라가기 때문에 중간 정도의

재능을 지닌 사람들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중간 수준의

유화가 이렇게 싸게 팔렸던 적이 없고, 일류 화가의 그림이 이렇게 고가에

팔렸던 적이 없었다.“

 

100년 전에 경제학자 마셜이 한 말이다. 시장의 승자는 기존의 명성 때문에

점점 더 큰 부를 차지하지만 나머지 패자들은 갈수록 기회를 잃게 된다.

스포츠계에서도 1등만 기억된다. 0.01초 차이로 패한 은메달리스트는 소리 없이

잊혀진다. 이는 학벌전쟁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도도한 물결’을 이루고 있다.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은 ‘승자독식사회’(권영정 외 옮김, 울진

지식하우스)에서 1등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무한경쟁의 본질을 깊숙하게

파헤친다. 승자독식시장에서 승자들이 거머쥐는 부와 권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할리우드의 특급스타들은 심심할 때 클럽에서 하룻밤 놀아주는(?) 댓가로

몇 십만달러씩 챙긴다. 미국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도 일반 노동자들의 150배

이상을 임금으로 받는다.

 

왜 그럴까? 일반적인 노동시장이 ‘절대적 능력차’에 의해 결정된다면 승자독식

시장은 ‘상대적 능력차’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시장에서는 재화의

소비가 늘수록 가격이 낮아진다는 일반 경제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 대신

어떤 것에 길들여지면 계속 찾게 되는 ‘습관과 취향’, ‘과시욕’이 함께 작용한다.

 

저자들은 “이 같은 경쟁은 가장 뛰어난 실력자들을 매료시키지만 동시에 두 가지

형태의 낭비를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과잉경쟁 뿐만 아니라 경쟁과정에서

비생산적인 소비와 투지를 초래한다는 것. 상대적 우위에 서기 위해 개인과

사호회가 엄청난 비용과 고통을 감내하지만 결과는 1%승자를 위한 99%의

희생이 될 뿐이라는 것도 큰 문제다.

 

그래서 저자들은 여러 가지 해법들을 모색한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연봉 상한제 등

‘군축협정’, 학생 간 위화감을 줄이기 위한 교복착용, 소송남발 규제와 문화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그러나 이 역시 현실적인 해결방안으로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오히려 ‘트랙을 달리는 경주마로 남지 말고, 경마장을 움직이는 시스템을 읽자’는

카피가 더 실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