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등 뒤의 사랑/오인태

체 게바라 2008. 1. 1. 10:40

 

 


등 뒤의 사랑


앞만 보며 걸어 왔다.

걷다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고개를 돌리자

저만치 걸어가는 사람의 하얀 등이

보였다. 아, 그는 내 등 뒤에서

얼마나 많은 날을 흐느껴

울었던 것일까. 그 수척한 등줄기에

상수리나무였는지 혹은 자작나무였는지,

잎들의 그림자가 눈물 자국처럼 얼룩졌다.

내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랑을 쫒아

끝도 보이지 않는 숲길을 앞만 보며

걸어 올 때, 이따금 머리 위를 서늘하게

덮으며 내가 쫒던 사랑의 환영으로

어른거렸던 그 어두운 그림자는

그의 슬픔의 그늘이었을까, 때때로

발목을 적시며 걸음을 무겁게 하던

그것은 그의 눈물이었을까.

그럴 때마다 모든 숲이

파르르 떨며 흐느끼던 그것은

무너지던 오열이었을까.

미안하다, 내 등 뒤의 사랑

끝내 내가 쫒던 사랑은

보이지 않고 이렇게 문득

오던 길을 되돌아보게 되지만

나는 달려가 차마 그대의

등을 돌려 세울 수가 없었다.


     

     -오인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