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하락없이 숲에 눕다 - 서홍관

체 게바라 2007. 11. 7. 10:03

 

 

 

 

        허락 없이 숲에 눕다


구름 위로도 솔잎 위로도 뜻도 없이

이유도 없이 아무렇게나 뿌려지는

가을 햇살을 보며 나도 가던 길을 멈추고

갈참나무인지 굴참나무인지 알 길이 없는

낙엽들이 뒤엉켜 쌓여있는 숲 그늘에

털썩 눕는다.

쉬잇! 이미 가을 벌레들이 자리 잡고

쉬고 있는 중이다.

여보게 설마 날더러 나가라고는 안하겠지.

당신이나 나나 이 우주에서 허락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몇 가지나 되겠는가.

이 무진장하게 쏟아지는 가을 햇볕이나 쬐다가 가세.

노린재 한 마리

벌써 내 옷소매 위로 올라앉는다.

     


        -서홍관 -